지난 토요일 안해와 함께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추계리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웬만하면 서울 나들이를 잘 하지 않는데
세월호 500일을 추모하기 위해 열린 합창문화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눈물을 삼키며 합창한 세월호가족합창단과 평화의나무합창단,
그리고 성미산마을합창단의 합창이 울려퍼진 광화문은 '잊지 않을게' 외치는 광야의 소리였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비장한 소리였지만 따뜻하게 위로하며 품을 내어주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또 노래한 홍순관의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는 고요한 절규였습니다.
이렇다 할 클라이막스도 없고 끝까지 심심한 가락의 조용한 노래였지만 듣는 모든 이를 엮는 힘있는 외침이었고,
푸른 숲마저 사라지고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 같은 말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또 다른 숲을 위해 희망의 나무를 심자며 어깨를 다독거렸습니다.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원제: 고문]
- 앨리스 워커 시, 류형선 작곡
과연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그들이 그대의 어머니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아버지를 고문할 때
그들의 형제를 그대의 아리따운 누이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지도자를 죽인다면
그대의 눈물같은 연인을 죽인다면
그대를 고문하여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몰려오면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고문하여 그대의 숲 마저 사라지면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참고로,
이 노래는 원래 흑인 인권운동을 대표하는 미국 소설가 앨리스 워커의 시 <고문>에 류형선목사가 곡을 붙인 것입니다. 앨리스 워커는 <컬러 퍼플>(1983)이란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는데, 미국 조지아주의 농촌을 배경으로 흑인 여성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요. 1986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흑인감독에게 최초의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노예12년'보다 '컬러 퍼플'이 훨씬 더 맘에 듭니다. 우피 골드버그의 열연과 유명해지기 직전의 오프라 윈프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