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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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June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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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따라 느낌도 다릅니다. 시를 한 편 쓰더라도 어떤 단어와 어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인은 어휘 하나, 음운 하나에도 골몰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사에 담긴 내용도 중요하지만 운과 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단어가 주는 뉘앙스에 따라 노래의 전체 느낌도 달라집니다. 
 
(클래식)작곡을 전공한 안해가 나이가 들면서 재즈나 가요를 쓰고 싶다고 합니다. 가끔 가스펠이나 동요를 쓴다며 오선지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건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를 수 있는 좋은 노래, 착한 노래를 쓰고  싶다는 속내를 심심찮게 드러냅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가수 이승철이 새로 낸 음반을 사 달라고 합니다. 앨범 제목이 '시간이 참 빠르다'이지요. 온라인에 음원을 올리는 방식으로 신곡을 발표하지 않고 굳이 많은 제작비를 들여 음반을 고집하는 그가 나름 장인같고 가객같아 싫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이로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좋아할법한데 애늙은이처럼 이승철을 좋아라합니다. 그래서 구입했습니다.
 
그의 12번째 앨범입니다. 앨범 그 자체로 작품집 같아, 시집같아, 사진첩같아 좋습니다. 앨범을 두른 자켓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뒷면을 보니  나또한 익히 알고 있던 곳에서 디자인을 했더군요. '꽃피는봄이오면'과는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바람나무숲' 로고를 디자인해 준 곳이지요. 주로 영화나 광고의 비주얼을 제작하는 디자인 전문업체입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곳이 아닌 사람과 소통하는 디자인을 하는 곳에서 만든Creative 겉표지에서부터 무언가를 무척 말하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곁으로 샜군요. 암튼 가수 이승철의 인물사진이 너무 과하게 사용된건 아닌가, 물론 이승철의 열렬한 여성팬들은 이마저도 부족하겠지만, 를 제외하곤 참 예쁜 앨범입니다.
 
19초짜리 아주 짧은 인트로를 포함해 11곡이 수록되었습니다. 언젠가 jtbc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할 때 '어느 한 곡도 버릴 수 없다'는 창작자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어느 하나 버릴게 없습니다. 다 좋습니다. 들을 수록 좋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가벼워졌지만 내용적으로는 깊어졌습니다. 쉰을 앞둔 삶의 연륜이 묻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꼰대 티를 내거나 구태의연하지 않습니다. 음악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지지도 않았습니다. 목에 힘 주지 않았고, 그래서 편안합니다. 2번 트랙의 '시련이 와도'는 개인적인 신앙고백처럼 들립니다. 불교신자였던 가수이지만 딸바보인 까닭에 딸이 다디던 교회를 오가다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된 듯 합니다. 남다른 굴곡의 아픔이 있었던 가수였기에 '나의 길에 험한 산과 깊고 깊은 바다 같은 시련이 와도 결코 걸림돌 아닌 디딤돌 벗 삼으며 나 그렇게 나아 가리라'와 같은 가사를 쉽게 흘려 들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건 앨범 제목으로 삼은 '시간 참 빠르다'입니다. 이 노래에 관해선 두 주 전에 아버지의 교통사고에 연해 제목과 가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쯤되면 이승철 홍보대사나 앨범 판매원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로 돌아옵니다. '마더'란 노래입니다.
 
퇴근하던 길에 '마더'란 노래가 나오자 평소 언어유희를 일삼는 둘째아들이 이 노래 선율에 따라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부르는 바람에 모두가 빵하고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로, '마미'로 바꾸어 불러 보았습니다. 그런데 '마더~'라 부를 때의 그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가사만 써놓고보면 굳이 엄마를 'mother'라 부르는게 어색해보이지만 노래로 부를 땐 외려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아마도 멜로디나 리듬이 주는 곡 전체의 분위기에 'mother'가 더 잘 어울렸겠지요. 하지만 영어 'mother'가 이제는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더 이상 생경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에 국적불명의 외국어 가사를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의 맛을 잘 살린 노래를 부를 수 없을까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더'는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만일 'mother' 대신에 '엄마'를 넣어 부르면 그건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란 동요를 부를 때 '엄마' 대신 'mother'로 바꿔 부를 때 받는 느낌과 같을 것입니다.
 
엄마, 어머니, 모친, 어무이, 맘, 마더, 마미, 마......  엄마를 부르는 수많은 우리말과 사투리와 외국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는 다 같습니다. 형식(기표)이 다르더라도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기의)은 동일하지요. 그래서 어떻게 부르던 똑같은 감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엄마를 부르는 수많은 형식만큼이나 우리의 어머니들은 수만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에는 한결같은 사랑이 있습니다. 그런 한결같은 사랑을 때에 따라 가장 알맞은 모습과 결로 표현할 뿐이겠지요.
 
 
mother mother mother
mother mother mother

난 그 어느 날
문득 울고 있는 엄말 보았죠
볼 위엔 마저 담지 못한 눈물
무슨 사연이 담겨있을까

그 언젠가 하셨던 말
어릴 적 사랑받던 이야기들을
눈물 훔치며 하시던 그 얘기들이
오늘도 엄마의 눈 적시는 걸까

엄마도 소중한 보배 같은 딸이었는데
어느새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도 그 소중한 한 명의 딸이란
사실 잊은 채 지내온 날이여

이제는 꿈이 된 걸까
흐르는 눈물 안에 담긴 이야기

그토록 소중한 보배 같은 딸이었는데
어느새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도 그 소중한 한 명의 딸이란
사실 잊은 채 지내온 날이여

그렇게 지내온 수많은 날이여

엄마라는 그 이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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