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1~2월은 쉼이나 연수를 통해 재충전하면서 나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지만 부모에게는 긴 겨울 기나긴 밤 자녀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씨름하는 시간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한파가 몰아치면 어디 나가 놀 데도 없는데다, 웬만한 체험학습도 마스터했다면 그 관계는 더욱 볼썽사납다. 더군다나 어떤 이유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라면 방학내내 '적과의 동침'을 방불케한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방학 내내 팽팽 놀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완전 열 받아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다가 '소리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초등학생 공부시키기' 같은 책을 보며 어떻게 적용해볼까 골몰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제대로 실행하기도 전에 아마 본인이 먼저 스트레스 만땅 받고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내 아이만 그런게 아니라 웬만한 아이들은 다 그렇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는 아이'를 무슨 듣보잡처럼 보지 말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해 보자. 그런 역지사지가 어렵다면 나 어렸을 적엔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추억해보자. 이런 때 일수록 '내 아이만 왜 이럴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민들레' 같은 월간지를 구독하며 교육에 대해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고민을 던져주고 겁나게 도전하는 글도 읽어 보자. "그냥 무작정 하라는 공부를 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뭔가를 하기 위해서 해야할 공부를 해야 뭘 할 수가 있다"는 글쓴이의 통념을 깨는 도발적인 목소리(민들레 2015 11-12월호, 83쪽)에 귀를 기울여보자.
얼마남지 않은 방학 '하라는 공부는 죽어도 안하는' 아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영생무궁하도록 아이 곁을 지키며 책임져 주지도 못할거면 잔소리 좀 그만하고, 아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다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서 시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안전한 그물망을 쳐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