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몸 누이고 사는
양지면 추계리에 봄이 온다.
창 밖 라일락 한 그루에 피어오른 꽃의 내음에
코 끝이 간지러워 재채기를 하고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온 몸 파르르 떨며 낙하하는 울타리 밖 이화는
사월 봄 바람에 너풀너풀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다 날다 날았다가
제 풀에 지쳐 마당을 수 놓으면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이불과 옷가지를 빨랫줄에 널어 봄을 수 놓는다.
그렇게 따듯한 별에 말려 배꽃으로 수 놓인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 옷장에 들이면
어느 새 집 안에 가득해진 봄이 겨우내 쌓인 한기를 내어몰고
나는 봄을 덮고 또 봄을 입는다
그리고 나도 봄에 물든다.
물든 몸 일어선다.
[시와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