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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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숲을 위하여 
June 22, 2013
봄의 생동한 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무더운 뙤약볕 아래에 서 있습니다. 초여름의 신록을 맘껏 뽐내지도 못하고 작열하는 볕을 견디기 위해 짙은 초록빛으로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6월의 여름 숲에 갔습니다. 숲과 그 숲에 들어간 아이들의 생활한 풍경을 담기 위해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50mm 단렌즈의 먼지를 털어내고 사진기에 갈아 끼웠습니다. 렌즈만 돌리며 거리를 맞추기보다 내 몸을 움직여 피사체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까닭에 여러 개의 렌즈를 조합한 복합렌즈를 버리고 단렌즈를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정직하게 숲과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지요. 사진은 빛과 싸움하는 것이라는 데, 6월 한 낮의 볕이 쏟아내는 빛은 비록 숲 속이더라도 다루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 다루기 힘든 빛만큼이나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이, 작은 벌레만 날아와도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소름끼친 비명을 질러대던 아이들이 어느새 숲의 일부가 되어 함께 노래하고 놀이하고 있습니다. 산열매도 따먹고 송충이와 이야기하며 애벌레가 말아놓은 만지고 무당개구리와 장난합니다. 그런데,
 
쭉 뻗은 나무줄기에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긴 나무 하나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쓰러져 있습니다. 더 이상의 열매도, 누군가의 그늘도 만들어주지 못한 채 넘어져 있는 나무는 그래도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사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왕지사 나무가 나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어내는 그런 나무로 성장해가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밭을 잘 가꾸어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하겠지요. 그런 뿌리 깊은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여러 그루가 모여 더불어 숲을 이루길 소망합니다. (the) 숲으로 본래의 숨을 회복한 아이들이 다음세대에 만들어갈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숲 속에서 시를 낭송합니다.
 
숲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이 된다는 것을 / 작은 나무 몇이 서는 /아름드리나무 혼자서는 / 절대 숲이 될 수 없다는 것을 / 숲 밖에서는 몰랐다 / 동구에 서서 한철 동안 / 푸른 그늘 넓게 펴도 / 천년을 풍광의 배경이 된다 할지라도 / 혼자 서 있는 나무는 / 숲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 그저 한 그루의 나무일 뿐 / 숲이 되지 못한 나무 / 가슴에 귀를 대고 / 속울음소리 듣고서 숲을 생각했다 / 숲이 그리워 / 숲이 되고 싶어 울고 있는 /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 정성수, ‘숲이 되지 못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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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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