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도, 꽁꽁 얼어붙은 시퍼런 얼음도 멈추지 못하는 겨울산 정상에서 흘러오는 저 시냇물처럼 맑고 유연하라. 흐르지 않고 고여 안일한 순간 더는 물길을 내지 못하고 멈추게 되니 졸졸졸 소리내며 함께 흘러라. 이 골 물 저 골 물 한데 모여 큰 바위를 만나면 휘돌아 가고 밤새 외로이 홀로 흐르다 얼어붙은 동무를 만나면 그를 깨워 같이 흘러라. 눈이 내리면 부둥켜 안고 함께 흐르다 강을 만나면 잠시 멈추고 지나온 계곡의 겨울을 이야기하라. 그리 전한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면 강은 더 깊어지고 그리 깊은 강만큼의 너비로 대양을 향해 천천히 가리니 산 꼭대기에서 시작된 한 줄기 시냇물은, 드디어 수많은 생명이 살아숨쉬는 바다의 전설을 만든다. 하니 한 겨울 에이는 칼바람에도 멈추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흘러가라.
[사진과 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