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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연해 내린 가을비 때문에 단풍잎이 더 붉게 물들었다. 그 단풍잎에 몸 섞어 붉게 물든 빗물이 흘러내려 나무결도 깊게 패였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갈 즈음 여행하는 벗과 듣기에 좋은 노래를 만났다. 안해에게 줄 가을 선물로 2주전쯤 온 가족이 즐겁게 봤던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의 OST 음반을 뒤지던 중 김동률이 새로 낸 음반 '동행'을 알게 되었고 안해에게 선물하자마자 온 가족이 그의 노래에 푹 빠져들었다. 그런데 '동행'에 실린 노래 중 '동행'을 들으면 들을수록 세월호가 떠올랐다. 그가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과의 동행을 노래한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노래를 만든 이의 손을 떠나 내 가슴에 들어온 이상 그 노래는 이제 나의 노래가 되었고 지금 이 노래를 듣는 나는, 내 곁에는 세월호로 여전히 슬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나의 어미요, 형제인가. 오늘도 세상의 가장 슬픔의 가을비를 마시고 있는 그들이 나의 형제요, 어미이다. 오늘도 그들과 함께 손잡고, 동행한다.
동행 / 김동률 작사
넌 울고 있었고 난 무력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널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함께 울어주기
그걸로 너는 충분하다고 애써 참 고맙다고 내게 말해주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웃음 짓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게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척 견디려는 널 위해 난 뭘 할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내일은 조금 더 나을거라고 나 역시 자신있게 말해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또 멈추게 하고 가던 길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다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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