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겨울숲은 춥다.
때로는 눈보라 휘몰아치고,
어둔 밤이면 불빛 하나 없는 겨울숲은 외롭다.
하지만
숲이기에 춥지도 않고 외롭지 않다.
누군가 산에 올라 가뿐 숨 담아 걸어둔 안부 편지로,
그것으로 쌓아올린 작은 오두막이 있어 포근하다.
그 안에 들어가면 세상을 모두 가진 듯 외롭지 않다.
바람이 들이쳐도 춥지 않다.
도심 한 가운데도 촛불로 밝히는 숲이 있어 춥지 않다.
함께 있어 외롭거나 춥지 않은 숲을 만드는 사람은,
그래서 꽃보다 아름답다.
밀양에서 시청광장까지 촛불로 만들어낸 고압선으로
이 땅은 더 이상 얼지 않는 겨울을 보낸다. [글과 사진, 바람]
(어느 겨울 남양주 천마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