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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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쓸다 
December 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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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따뜻할거라는 기상예보만 믿고 있다 12월이 되자마자 갑자기 몰아치는 한파에 정신이 얼얼하다.
추계리로 이사온 후 처음 맞는 겨울,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한여름에도 이불을 목까지 끌어안고서 자야할만큼 시원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겨울나기는 여간 만만치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오봉산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이 정도일줄이야.
하여튼  여간내기가 아니다.
그런데다 한 주가 가기 전에 내리 사흘이나 눈이 내리는 통에 길을 내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주말 별장처럼 사용하는 이들이 몇 가구 모여있는 곳이라 눈을 치우며 길을 내는 건
은행지점장을 지내고 몇 해 전에 은퇴한 앞집 아저씨와 우리 몫이다.
그래도 사내 아이 둘을 앞세우고 제설작업을 나설 땐 동네에 쌓인 눈을 다 치울 기세로 중무장을 한다.
하지만 한 시간 가까이 눈을 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지고 두 팔은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서 눈이 온 날이면 둘째 아이는 학교에 꼭 지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까 싶다.
내 집 주변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혼자 사는 다른 집 앞을 쓸어주는 일,
그 누군가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내어주기 위해 땀을 흘리며 눈을 치우는 일은
삶의 전환기를 보내며 혹독한 자기와의 씨름을 하고 있는 열 다섯 소년에게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경험은 길을 살피는 것일 뿐만아니라 실제로 길을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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