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과 3학년 2학기를 시작하면서 교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길을 틀어보고자 하던 나는
처음으로 내 꿈을 위해 내 발과 손을 몇 달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주일정도 찾고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꿈을 찾으려고 내 몸을 쓰면 쓸 수록 그 꿈에 대해 간절해져가고, 확고해져가고, 나에게 꼭 맞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상에 앉거나 컴퓨터 앞에서 두드리는 것 만이 아니라, 현직교사분을 만나보기도 하고, 교육대학원에 진학중인 선배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교육대학원의 입시요강이나, 학교 사무실에 찾아가서 복수전공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고, 또는 대학에 다시 갈 경우를 생각하며 4년만에 다시 대학교 입시요강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해둔
일기장의 반을 접어서 양 쪽에 써둔 메모가 하나 있었다.
< 내 진로의 좋은 점과 나쁜 점.>
1. 중고등학교 수학교사. (or 대안학교 교사)
좋은 점.
-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 결혼을 하면 아이를 위한, 가정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다.
- 방학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이 있다.
- 나는 일탈하는 아이들을 붙잡으러만 다녀도 행복할 것 같다.
- 수명이 길다.
- 사회에 나가기 전의 시간이 더 생겨, 못다한 경험을 더 해볼 수 있다.
-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신념으로 삼고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
나쁜 점.
-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위는 쓸 일이 없다.
- 내가 받아온 학점도 쓸 일이 없다.
- 내가 해본 건 봉사라서 업으로 삼았을 때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
- 월급이 화공과 취직보다 현저히 낮다.
- 시간이 지나도 월급은 계속 낮을 것이다.
- 교권붕괴로 힘들다고들 한다.
- 학비와 시간, 임용고시가 안될지도 모른다는 등의 불확실한 미래.
- 다른 사람들의 시선.
2. 취직준비를 해서 화공과엔지니어로써 입사. -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봉사로.
좋은 점
- 연봉이 높다.
-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
- 부모님이 안심하실 것이다.
- 사회에 내 또래와 함께 나갈 수 있다.
- 가족에 경제적ㅇ로 보탬이 될 수 있다.
- 팀활동을 좋아한느 나는 그럭저럭 해낼 것 같다.
- 하고싶은 걸 할 수 있는 돈이 있다.
- ................ 정상적이다?
나쁜 점
-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 경험이고 뭐고 취직준비로 대학교 4학년도 굉장히 바쁠 것이다.
- 가정을 가지거나 내 시간을 하고 싶은 일에 쓰기에는 시간이 없다.
- 그래서 아마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둘 것이다.
이 메모는 정말 나만을 위해 작년 9월 20일에 쓴 투박한 메모다.
보이듯이 나의 2번 선택이 나쁜 점이 훨씬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메모는 지금도 내가 옳은 길로 온 건가? 하는 흔들림이 올 때, 나에게 확신을 주는 메모다.
그 반을 접은 종이메모는, 어느 쪽이 더 양이 많은가 등으로 내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메모를 쓰는 과정속에서 내가 더 신나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해서 쓰는 부분이 있고, 내 가치관에 맞는 항목이 어디가 더 많은지를 확인 시켜 준다.
그리고 이 메모로 부모님을 설득하는데도 큰 몫을 할 수 있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꿈으로 향한 갈림길에 서있다면 저 반쪽 메모를 해보는건 어떨까?-
[바람샘의 제자였다가 지금은 연세대에서 공부하다 잠시 여행을 떠난 리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