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걷다보면 보내지 못하는 편지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넣는 우체통이 있다.
이런 편지를 모아 대륜동우체국에서 1년 후에 부쳐준단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이벤트치곤 괜찮다 싶어 부러 우체통 옆에 준비된 엽서에다 나에게 보내는 짧은 글을 쓴다.
1년 후에 이 엽서를 받을 때쯤이면 나는 또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1년 전을 회고할 수 있게 돕는 흥미로운 이벤트다.
앞만 보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눈썹 휘날리게 뜀박질하며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때론 1년 후 미래의 '나'를 잠시 머물 수 있게 해줄 엽서 한 장 빼곡하게 글을 남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오직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나'만 있을 뿐이지만
미래를 꿈꾸어 봄과 지나온 날을 돌이켜 봄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봄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밤새 써 놓고도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는가.
그럼 길을 살피며 걷다가 꼭 우체통을 찾아보라.
시린 가슴으로 써내려 갔으면서도 여직 보내지 못하는 가슴앓은 편지가 있는가.
그럼 길을 걸어가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동무를 찾아보라.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늘 한결같이 내 시린 가슴을 받아주는 우체통은, 그래서
온 몸이 붉게 타오른거다. 늘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가는 동무처럼.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