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해에 있는 하조대란 곳에 갔습니다.
근데 멋진 경치보다는 애국가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황지우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란 시입니다.
새들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을 떼어 메고 날아가는 데
우리는 또 그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교사도, 목사도, 부모도, 동무도, 형제도, 그 누구도,
현실을 무시할 수 없잖아를 핑계삼아
그 분의 나라를 이 땅에 임하게 하기보다는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자신을 맡깁니다.
시류에 편승합니다.
그나마 몇 사람
자신의 안일과 나태를 버리고
목숨 내걸며 주저 앉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갑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 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황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