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구름이 종탑에 걸릴 듯 말듯 지나갑니다.
어릴적 일요일 아침이면 이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교회갈 채비를 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댕그렁~ 댕그렁~' 아니 '땡그랑~~ 땡~ 그랑'
아침부터 읍내를 울리며 참 맑게도 퍼져갑니다.
어떤 때는 일요일 아침이 아닌데도 종이 울립니다.
교회를 관리하는 집사님이 종탑에 올라가 추를 잡고 '땡,,, 땡,,, 땡,,,'
누군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갔음을 알리는 외종을 그 분이 살아온 햇수만큼 울려줍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내가 듣고 자란 종소리는 교회를 넘어서 마을의 문화였지요.
예배당에 나가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종소리를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종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정겨운 마을의 문화 한 자리를 담당했던 종소리가 누군가에겐 소음이었고,
그래서 더 이상 종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성복동 마을에는 제법 큰 절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선 매일 오후 5시(여름철엔 6시)면 종을 울리는데 그 소리가 싫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서 울리는데도 한번도 그것을 소음으로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마 어릴 적 듣고 자란 그 종소리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감수성의 나이테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맞닿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까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교회 종소리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데... 왜 그럴까?' 생각하며 고향 길을 걷다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종탑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내 안에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분을 만납니다.
'종소리 울리지 않고 살아가니 너는 안녕하니?'
[글과 사진,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