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린다.
이런 날 바깥에서 어떤 일을 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위의 사진은 방금 전까지 큰 건물의 7~8층 높이의 외벽에 현수막을 거시던 어떤 분을 찍은 것이다.
핸드폰에 내장된 성능 좋지 않은 카메라로 찍어서 '줌 인'도 안되어, 찍은 사진을 약간 확대했더니 더 흐릿해진 모양이다.
자기 몸의 열 배도 넘는 거대한 현수막을 매끈한 표면의 건물에 붙이는 데엔 시간이 꽤나 걸렸을 것이다.
내가 본 시간만 해도 30분 가량은 되었던 것 같다.
건물 외벽에 현수막 붙이기 좋게 홈이나있거나 걸쇠가 부착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일일이 이 쪽 저 쪽 이동하면서
못질하는 모습도 보였다. 멀찌감치 떨어져 보아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아저씨인 듯 싶다.
누군가의 남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일지 모른다.
얼마 전 읽었던 소설 '소금'에선 대한민국 아버지를 '빨대를 꽂힌 채 살아가는 사람'으로 비유했다.
저 아저씨(?)도 그 누군가에게 빨대를 꽂혀진 채 살아가기에 험한 날씨에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집 아저씨(?)도 그렇게 살고 있고,...^^
그래서 저들의 모습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잘생긴 배우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어떤 면에선 더 숭고하고 아름답고 멋지다!
'현수막 휘날리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아저씨(?),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각자의 일로 'ooo 휘날리며' 이 시간을 보내고 계신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유리창에 방울방울 맺힌 눈송이들처럼 지금은 부모의 그늘에 있지만, 어느 순간 햇볕을 받아 물이 되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찾아 가게 될 우리 자녀들에게도 축복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샬롬! ^^
[글과 사진,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