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습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예수가 말합니다.
그리 보면 하늘나라를 소유하는 것은, 천국에서 날마다 살아가는 것은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끊임없이 내 안에서 솟구치는 욕망을 잠재우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천국을 소유하기 위한 가난한 마음을 지키키란 여간 쉽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해져야 합니다.
길을 걸어갈 때 나의 목적지만을 향해 앞만 바라보며 올곧게 걸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 가에 핀 꽃도 바라보고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맞을 일이며
노숙자를 위해 가마니 한 장 덮어줄 수 있으며
저녁이면 잠시 멈추어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걸어갈 일입니다.
무거운 짐을 진 할머니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일어난 건' 감정이지만
내면에서 일어난 그 감정을 가만두지 않고 '할머니에게 다가가 그 짐을 대신 지는 건' 정서입니다.
길을 살피며 걸어가는 '나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을 넘어선 정서입니다.
가난한 마음을 넘어서 자발적인 가난을 통한 공감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쿠션이 좋은 비싼 런닝화를 신기보다는
울퉁불퉁한 길바닥의 촉감을 그대로 전달하는, 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하양 고무신을 신고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걸어온 자취가 오롯이 담긴 회색 고무신을 섬돌에 벗어두고 싶습니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