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지루하고 지난했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바람때문이었을까. 처서가 지나고 며칠 후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가을이 찾아왔다.
물론 한낮은 여전히 여름이었지만 아침저녁으로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이었다.
선선했고 서늘했다. 하늘에 길을 내었을까. 그 길을 타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걸까.
그런 하늘길이 있다면 바람만 불어가고 오게 하지말고 나도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리고
두 계절이 서로 몸을 섞는 이즈막 여름 가고 가을 맞는 길을 내어준 하늘처럼
내 마음밭 깊은 어딘가에 치열하게 공존하는 뜨겁고 서늘한 자아를 위해
저 하늘의 흰구름보다 더 부드럽고 보숭한 길을 내어주자. 넘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길을.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