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티격태격 싸우며 바람 잘 날 없지만 평범한 소시민의 삶 속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가 있다. tvN에서 방송된 <응답하라> 시리즈의 후속작 <응답하라 1988>, 일명 '응8'의 시청률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에 방송한 10화 '메모리'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고 한다. 우연히도 그 날, 꼭 챙겨보는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시청률 경신에 나 또한 한 일조를 했다. '응7', '응4'에 이어진 시리즈인만큼 전작이 지닌 단점과 한계를 바탕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애를 주된 플롯으로 삼아 매 화마다 영리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온 것이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메모리' 편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드라마가 끝날 무렵 흘러나온 노래였다. 매번 생일 때마다 우울해지는 정환이네 집 가장(김성균)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기억을 이끌어 내고 싶었던 연출자는 어릴적 생일에 엄마 앞에서 불렀던 '인생은 나그네길'을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재생시킨다. 주말 가족극 같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유쾌했지만, 언제나 극이 끝나갈 즈음에는 가슴 속에 무언가 뭉클하게 올라오게 만드는 기억 하나를 건드린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 [김석이 작사, 김호길 작곡, 최희준 노래]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그런 벌거숭이 삶을 살다 먼저 구름처럼 강물처럼 흘러 흘러 떠나간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과 노래 때문인지, 아니면 정일랑 미련일랑 두지말자는 노랫말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들려 더 정과 미련을 가지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동안 더 사랑해야 할 많은 시간을 계량해본다. 정처없이 소리없이 흘러갈 인생길, 그러기에 허무한 삶이 아니라 그 어느 것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아갈 인생이어야 함을 생각한다. 스러져갈 물질에 기쁨을 두지 않고 나그네길을 걸으며 만나는 들꽃과 구름과 강물이 있기에, 그리고 지금 여기를 함께 걸어가는 벗한 이들이 있기에 그것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그 중심에 가족이 있기에 그대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위키백과사전에 퍼온 사진에 바람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