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불볕이 한창일 때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고 있자니 제주의 푸른 바다 내음이
잠시 콧등에 머물다 스쳐 지나간다.
이 바다와 어울리는 곡 하나를 떠올린다.
왠지모를 쓸쓸함이 묻어나는 건 모래사장에 잠시 머물고 다시금 길떠나는 바닷물에 감정 이입이 되었기 때문인지...^^
쇼팽의 이별의 곡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곡 중의 하나다.
처음엔 느리고 감상적이며 아름다운 가락과 화성이 슬픔의 감정을 스을쩍 건드리며 시작된다.
마치 가슴 저 깊은 곳에서의 감정을 푸~욱 파올리듯 시작되는 처음의 선율은 약간은 무심한 듯 지속되는 중음역대의 반주와 베이스의 당김음으로 표현되는 은근한 긴장감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러면서 선율로서의 역할을 다 하며 오르락 내리락 감정의 기복을 전달한다. 가끔은 슬픔을 표현하기도 하고, 잠시 희망에 찬 표정도 지으며,.... 그렇게 노래한다.
그러다 곡의 중반에 이르면 감정이 고조되고 폭발하듯 불협화음을 연속하여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선율과 화성으로 돌아오지만 처음과는 좀 다른 마음으로 읽혀진다.
왜냐하면 중반부의 외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부분(A라 한다)과 가운데(B)를 지나온 A'부분은 마치 회상장면처럼 다가온다.
조금씩 여려지는 악상에서는 저 바닷가를 거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면서 사라지는 것 같다.
왜 제주도 바닷가 사진에서 이별의 곡이 연상이 되었는가 하면,
지인 중 한 부부가 얼마 후면 제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사실 이민가는 것도 아니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로 오고갈 수 있는 처지이지만
대륙에 붙은 곳이 아닌 물 건너 가는 곳이라 심적 거리감이 꽤나 느껴지는 탓이다.
그래서...
A'부분 처럼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조금은 울적해진 마음을 추스린다.
슬플 땐 슬픈 음악을 들어야 마음이 다스려진다니까...
I like Chopin!
[글과 사진,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