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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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의 현 놀이 
January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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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피아노를 무척 배우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형편이 안되었던, 그래서 늘
피아노만 보이면 겨우 배웠던 바이엘 10번을 뚱땅거리며 아쉬움을 토해내던 나는
음악을 전공한 아내에게 한번은 답답한 마음에 볼멘 소리를 했다.

"다른 엄마들은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가르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데
당신은 남의 집 애만 가르치고 정작 자기 자식들은 피아노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러면 아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가르쳐봐야 소용없어요.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가 원치 않는데 등 떠밀며 강제적으로 학습시키는 것은 나또한 반대하기에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역문화센터에서 하는 바이올린 초급반에 둘째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물론 아이도 싫어하지 않고 전적으로 동의했다. 때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한 일부터 연습시간 챙기는 것까지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아내의 말마따나 딱 6개월이었다.
초급 단계를 넘어서자 조금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고
날카로운 바이올린 현 소리에 끝내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에게 '인내력' 운운,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며 계속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요즘, 둘째 아이가 다른 현악기에 푹 빠져 지낸다.
이번엔 그 누구도 권하지 않고 순도 100퍼센트의 자발적인 선택에서 시작되었다.
바이올린과는 달리 빠른 시간 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타를
아침 눈 뜨면서부터 저녁 잠들 때까지 제 분신인양 몸에 지니고 다닌다.

스스로 시작한 현이의 현 놀이는 그래서 오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된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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