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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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꽃처럼~ 
September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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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한 켠에 피어있는 꽃을 남편이 사진에 담았다.
앞집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예쁘다는 우리집 식구들의 말에 한 송이 뚝 꺽어 가져다 심어주신 것이 석달쯤 되었을까? 어느덧 곱디곱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름이며 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한 번 뒤져 보았다.
모양 때문에 '족두리꽃'이라고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비 같다고 하여 '풍접초'라고도 한단다. 기다란 꽃 술이 거미 다리같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거미꽃'이라고 한다니 이름도 참 다채롭다. 꽃 아래에 길게 뻗은 콩깍지같이 생긴 것은 꽃씨를 받을 수 있는 씨방 쯤 되는지, 잘 익은 것에서는 씨를 받을 수가 있었다.(과학적 상식이 부족해 사실 뭐가뭔지 모른다^^)
이렇게 하나의 꽃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꽃씨라는 결과물까지 떡 하니 내니 얼마나 기특한지! 한데,....도데체 나는 여지껏 무얼하고 살았나 서글퍼지기도 한다. 가을을 타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간혹 스산한 바람이 느껴진다. 일교차가 큰 때문이 아니다. 마음의 바람이다.
내게 '나무'라는 별칭을 붙여준 남편은 정작 자기는 '바람'이라는 역동적인 별칭을 가지고 산다. 그런 이유로 더더구나 '나무'가 별로 땡기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던 내게 하나님은 "네게 '나무'가 적당한 별칭"이라 알려주셨다. 어떻게?
어느 날, 예배 중에 목사님께서 '나무'와 같은 성도를 언급하셨다. 하나님이 캐다 심기 전에는 있는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나무. 가장 역동적이지 못한, 하다못해 달팽이도 느리게나마 움직이지만 저 스스로는 결코 1mm도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거기에 마음이 확 녹았다.
나도 하나님의 나무가 될거라고, 하나님이 여기에 심으시면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또 다른 곳에 곪겨 심으시면 또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명력을 가질거라고~! 결코 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래서 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 열망은 가득하다.
심겨진 자리에서 다른 누구를 설득하지도 않고,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자리에 뿌리를 박고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이며 사는 꽃에게서 '나무'가 어떠해야 할지를 배운다.
나무의 노래는 하늘을 향한다. 빛을 향한다.
^^
 
[바람 사진/나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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