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산책길에서 둘째 아들 녀석이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썩은 나무의 한 부분에서 저팔계(?)를 보았다.
어쩜 돼지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지 나무를 보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깔깔대며 웃기는 처음이었다.
그걸 발견한 아들은 더 즐거워라 한다.
사실 이런 별 것 아닌 소소한 일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무진장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거나, 엄청 멋있는 누군가가 내게 호감을 보인다든지,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 반짝거리는 금목걸이를 줍는다든지, 하는 일은 쉽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이 더 행운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운수좋은 날'이라는 단편 소설은 그렇게 심하게 운이 좋은 것 같은 날,
아내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한 한 사내의 아픔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즐거움은 그런 좋은 운과 연결될 때가 많다.
한데, 정말 우리가 행복해 하는 것이 그런 운수대통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아주 긴 세월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이 참 크다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지금 이렇게 밝은 햇살 아래 있는 것,
편안히 숨을 쉬고,
밥 잘먹고 똥도 잘 누고,
말 할 떄 목소리가 잘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만지고 싶은 것을 만지고,
보고싶은 것을 보며,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는 것 등
작은 일들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잃고 난 뒤에 그것이 얼마나 소종한 것이었는지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 있는 것을 감사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인데....
매일, 매순간마다 감사하며 살고 싶다.
[글과 사진,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