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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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December 23, 2013
한국에서 잘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학벌이  있어야 한다.
예의 이 학벌은 때론 인도의 카스트보다 더 가혹하게 운명을 지배한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사실 그렇지 않다. 학벌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지만 학벌을 카스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혹은 의식적으로 학벌을 그닥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말하면서도
이미 오랜 기간 환경에 의해 학습되고 일상을 통해 내면화된 우리는무의식적으로 
오늘날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변형되고 최적화된 신분제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은근히 자녀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SKY대를 보낼건가, 자기 자녀의 진로에 맞는 훌륭한 멘토가 있는 지방대를 보낼건가)
 
한국에서 좋은 학벌을 지니기 위해선 우선 영어와 수학에서 1등급을 받는게 기본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아니 학부모들은 유초등 때부터 영어와 수학학습에 공을 들인다.
일반 제도권 학교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개정되었에도 불구하고
전적인 재량권을 가진 학교장은 소위 국, 영, 수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한다. 물론 사교은 말할 것도 없다.
이중에서도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크다. 실제로 수학에 들이는 사교육비와 학습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혹은 많이 어려운 교육과정을 포기하지 않는 한국의 뛰어난 수학교육과정 덕분에
공부를 해도 해도 우리 아이들은 늘 부족하고 모자란다. 그래서 불행하다.
결국 고2쯤 되어야 이 무모한 수학과의 전쟁을 마감하고 수학을 반영하지 않는, 얼마나 많은, 다른 길을 그때야 찾기 시작한다.
 
혹자는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길러주는데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수학교육은 그렇게 논리적인 사고를 길러주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나.
입시 중심의 수학교육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나 MIC와 같은 수학교육을 더욱 활발하게 연구하거나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나.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한 논문을 내거나 노벨상 수상자나 후보자(평화상이나 문학상 후보가 아닌) 등의 
학문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나와 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지만 
누구 하나 선뜻 얘기해주는 수학교육의 전문가가 없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푸는 단서를 장하준교수의 인터뷰에서 얻었다. 그는 영국의 한 외신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난 수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나를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다.
시장이 말해주는 바로는 나는 가장 성공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데
“내 동료 교수들은 나를 괴짜 혹은 사회학자라고 부른다”고 설명을 하면서
"경제학자에게 사회학자라는 표현은 굉장히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참 크다.
물론 인지도가 높은 학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적으로 했을 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섣부른 논쟁거리를 던진 경솔함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 담긴 "수학이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는 행간의 의미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수학은 자연과학의 정수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수학을 자연의 이치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언어라고 본다.
하지만 그런 언어를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수학교사를, 불행하게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나는
지금도 수학적 사고가 아닌 산수로 연명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논리적인 사고도 할 줄 알고
토론에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도 던질 줄 알며 한때 논술교육의 전문가로 인정받기도 했다.
 
사설이 길었다.
 
원래 얘기하고픈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살펴보자.
제목의 그들은 자유시장주의자,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를 가리킨다.
이 책의 서론에서 저자는,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경제에 대한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나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경제시민으로서 자신의 권익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위 전문가들이 어려운 경제용어나 수학적 자료를 인용하면서 경제를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주체로서 내가 행사해야 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이 땅의 많은 교육학자, 정책가,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육적으로 너무나 말도 안되는 일들을 '교육적'이라는 명분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면서 실제로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애완의 시대, 어느 새 나 또한 어른의 언어로 무장한채 '다 너를 위해서야'라며
끊임없이 주문을 쏟아내는 '교육적'인 것들이
실상은 나의 욕심을 위한 채우기 위한 '고육'이 아닐까를 생각해본다.
 
이제는 단단한 것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것을 먹을 수 있는 단단한 이를 갖출 여유도, 시간도, 환경도 마련해주지 않고, 또
실상은 먹을 수도 없는 돌을 던저주는 못된 아비가 아닌가 자문해본다.
 
그리고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이나
아니면 돌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생산해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안되는 것인가.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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