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자 국민일보에 보도된,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지난 6월부터 전국 초중고생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청소년 정직지수 결과가 흥미롭다. '10억이 생기면 1년 동안 감옥에 가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고등학생은 47%, 중학생은 33%, 초등학생은 16%가 '그렇다'고 답변했단다.
단지 이 결과를 놓고 쓴 웃음만 지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대답을 한 청소년은 이들 주변의 어른과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그 어느때 보다 돈이 최고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당연한 대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팔꿈치를 툭툭 치며 남들보다 앞서가면 되는 경쟁을 어렸을 때부터 몸소 체득하며 살아온 아이들은 어느 종교보다 대학교를 신봉하며 물신주의의 셰례를 받고 자라나 성과주의의 은혜를 입고 살아간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변해 가는걸까. 앞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하는 것 이상의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민들레를 통해 우치다 타츠루의 저작들을 만났다. 이전에 읽었던 "스승은 있다"나 "교사를 춤추게 하라"도 좋았지만 최근에 번역, 출판된 "하류지향"은 요즘 청소년에 대한 나의 추리에 확실한 증언뿐만아니라 구체적인 물증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10억 주면 감옥도 불사하는' 요즘 아이들의 문제가 뭘까를 그의 깊은 사회학적인 통찰력과 교육학적인 박식함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해준다.
노동을 통해 사회관계망에 들어서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소비주체'로 키움받아 전능한 자기결정권을 갖게 된 요즘의 아이들에게 공부나 노동 따위는 당위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배울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면 더 이상 배우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세대는 더욱 더 가족의 신뢰와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유용성에 의해 선택되고 관계 맺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더 풍요롭지만 더욱 더 불행한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