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은 인간이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지요. 그것은 애굽에서 종으로 살던 자신의 백성들을 해방시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유롭게 살게 한 신이 이번에는 보다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자유, 곧 인간의 죄성으로부터 해방되는 영혼의 자유를 선사하려고 내린 '자유의 선언'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십계명은 우리에게 죄로부터 해방된 삶이 가진 자유와 기쁨을 부여하려는 신의 일관된 의지의 표출로 보아야 합니다." - 책, 서문에서
독일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김용규가 쓴 책 '데칼로그(dekalog)'는 그리스어로 '열(10)'을 뜻하는 '데카(deka)'와 말(言)'을 뜻하는 '로고이(logoi)'를 결합한 말로, '열 가지 말', 곧 '십계명'을 뜻한다고 합니다. 책 표지 날개에 적어놓은 설명을 참고하면, '데칼로그'는 폴란드의 영화감독인 크지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10부작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앞서 인용한 책 서문을 통해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저자는 한 거장의 영화를 매개로 삼아 오늘날 십계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탐구하고 있습니다. 600쪽에 가까운 책의 두께가 십계의 열쇠를 풀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씨름했는지 엿보게 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저자의 이런 궁구한 강의의 결말은, 십계명은 인간을 규제하거나 억압하는 규율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옭죄는 '죄성'으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롭게 살게 해줄 '열쇠'라는 것입니다. 즉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참된 기쁨과 안식을 누리게 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3,300년전 십계명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이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드러내 보여준 그분의 마음입니다.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궁극적으로는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존재 자체를 향유하는 절대적인 해방과 자유를 맛보게 하는데 있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바로 이러한 신적 자유를 부여하기 위하여,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을 신성화시키기 위하여, 단 하나의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내용인즉 신처럼 자유롭게 살라는 것입니다." - 책, 맺는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