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판정을 받은 문제아, 성적이 너무 낮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가 어떻게 하버드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부모와 교사를 위한 자전적 멘토링...
책의 앞뒤 표지에 적힌 책소개를 보면 학습과 관련된, 성공담을 적은, 자기계발서류의 그렇고 그런 책이란 오해를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닙니다. EBS에서 방영한 다큐프라임 '공부 못하는 아이'를 시청하던 중 알게된 토드 로즈 교수를 좀 더 알고 싶은 생각에 그와 관련된 책을 검색했고. 이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책의 첫 머리를 열자마자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달걀 썩는 냄새가 나는 혼합물인 황화암모늄을 담은 소위 '악취 폭탄' 물병을 수업 중에 교실에 던졌던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문제아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열세 살에 이미 문제아로 낙인찍혔고, 칭찬이나 보상보다 근신이나 처벌을 더 자주 받은 아이였으며, 이미 실패에 익숙한 아이였다고 말합니다. 이후 ADHD 진단을 받았고 학업성적은 나빴으며, 열여덟 살에도 여전히 실패자였음을 고백합니다. 그가 열세 살에 교실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이후 끝없는 추락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자신이 쓴 시를 인정해주지 않는 한 국어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인기 있는 선생님 중 한 분이었던 국어선생님에게 호감을 사고 싶었고, 마침 이전부터 줄곧 써왔던 시쓰기 숙제가 주어져 이 기회에 칭찬도 받고 스니커즈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며칠동안 열심히 숙제를 한 끝에 스키 점프에 관한 서정적인 시를 쓸 수 있었죠.
내 눈은 용감하다
하지만 내 심장은 운명을 두려워한다
내 나라는 강철 같다
입구를 향해 다가가가면서......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건 국어선생님의 칭찬이나 초콜릿바가 아니라 낙제점 F였고, '제가 왜 F죠?'라는 질문에 '넌 이런 시를 쓸 수 없어'라는 답이었습니다. 엄마까지 학교를 찾아가 그가 쓴 시라는 것을 확인해주었지만 선생님은 끝끝내 점수를 바꿔주지 않았습니다. '노력했는데 그 노력을 도둑맞은' 사건을 통해 그는 결국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희망적'이기보다 '부정적'으로 기울게 되었고,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열여덟 살에 고등학교에서 잘리게 됩니다. 만일 당시 국어선생님이 그가 시를 썼다는 사실을 믿어주었다면, 다른 작품도 보여달라고 하며 격려해주었다면 그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는 이후 논의를 교사를 비난하는 쪽에 두지 않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교육제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춥니다.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 미국의 학교 제도를 구체적으로 비판합니다. '기질적으로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수 있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자주하는 나쁜 학교라고, 아이들 중에는 태생적으로 권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고하지 못하며 위험을 무릅쓰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더 나은 미래로 가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희망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아이를 안아주라'고 말합니다. '교육은 곧 관계'라는 것을, 교육자라면 누구나 제일로 꼽을 계명을 그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가 실패와 부정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가족의 사랑을 통한 깨어지지 않은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늘 조건없이 안아주지만 필요한 경우 한계와 책임을 분명히 가르쳐준 엄마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같은 그의 삶을 읽어가면서 그와 씨름한 무수한 관계를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 실패자의 낙인과 싸웠던 지난한 삶의 과정을 읽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과정이겠지요. 무수히 넘어지고 좌절하지만 끝내는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서 다시 걸어가는 그 과정의 길 말입니다. 또한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 믿고 끝까지 '곁'을 지켜준 그 누군가가 성적이 너무 낮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를 하버드 교수가 될 수 있게 한 까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