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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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를 위한 아침 
June 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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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선진국 6개국과 우리나라의 수학교과서를 비교해 분석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결과가 연일 뉴스 화제다.
'수학' 때문에 모두가 고통스럽다 아우성을 치고, 아이들은 수포자가 되어 절망한다.
수포자는 '수학포기자'를 일컫는 말, 그런 수포자가 일상어가 된 일상의 아침, <수학자의 아침>을 읽는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날 살아있게 할 테니까요 (김소연 시집 <수학자의 아침> 중 '수학자의 아침' 일부)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핀란드, 독일 등 선진 6개국 아이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수학을 배우느라
안녕하지 못한 우리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가롭게 시집이나 읽으며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기조차 미안하다.
딱히 수학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시를 읽을 여유조차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2015년 6월의 첫 날 
시집 네 권을 펼쳐 보았다. 수포자된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 비유를 읽어낼 숨조차 주지 않는 어른들과 함께 시를 읽고 싶다.
벌레가 갉아먹고 지나가 남긴 흉터가 짙어지면 새 잎 곧 돋아나듯, 그래서 그런 벌레조차 선물이라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을 모든 어른들이 지니게 될 때 아이들은 '더 천천히, 더 적게, 더 쉽게'가 주는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이 시집을 여는 첫 머리에 쓴 '애도를 멎게 하는 자장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처럼
수포자가 겪는 고통을 멎게 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면 참 좋겠다.
 
 
연두가 되는 고통
 
김소연
 
왜 하필 벌레는
여기를 갉아 먹었을까요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들고 네가
질문을 만든다
 
나뭇잎 구멍에 눈을 대고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남수잎 한 장에서 격투의 내력이 읽힌다
 
벌레에겐 그게 긍지였겠지
거긴 나뭇잎의 궁지였으니까
서로의 흉터에서 사는 우리처럼
 
그래서 우리는 아침마다
화분에 물을 준다
 
물조리개를 들 때에는 어김없이
산타클로스의 표정을 짓는다
 
보여요? 벌레들이 전부 선물이었으면 좋겠어요
새잎이 나고 새잎이 난다
 
시간이 야위어간다
아픔이 유순해진다
내가 알던 흉터들이 짙어진다
 
초록 옆에 파랑이 있다면
무지개, 라고 말하듯이
 
파랑 옆에 보라가 있다면
, 이라고 말해야 한다
 
행복보다 더 신비한 걸 궁지라고 부르는 시간
신비보다 더 신비한 걸 흉터라고 부르는 시간
 
벌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나뭇잎 하나를 주워 든 네게서
새잎이 나고 새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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