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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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term point 
March 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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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 식당같은 곳인데요, 밥도 먹지만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과제도 하고 토론도 하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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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벽에 붙어있는 '조용히 해달라'는 벽보?인데, 표현이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Keep noise to a minimum. 재미있지 않나요?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중간고사 기간이에요. 다음주까지만 고생하면 학기 시작시점부터 기다리던 Spring Break가 찾아오기때문에 다들 봄방학만을 기다리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해오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 대학과 다른 시험기간 문화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 시험기간 문화가 있는 반면, 미국은 특별히 그렇지 않다는 점이죠.

한국에서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할 것 없이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모두가 바빠지죠. 예쁘고 멋지게 꾸미고 다니던 대학생들도 시험기간이 되면 모두 학교 체육복이나 츄리닝 등 편한 옷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도서관에서 밤을 새가며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에 매진하죠. 배움을 얻기 위한 공부라기보단,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벼락치기식 공부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제가 경험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미국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곳 학생들은 시험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보다 더, (혹은 시험기간에만) 공부를 하지 않아요. 오전 10시에 시험이 있다고해서 매일 아침 7시에 하던 운동을 빠지지 않죠. 사실 벼락치기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평소에 하지 않으면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읽고 숙지해야 하는 수업자료의 양이 엄청나고, 대부분의 시험이 평소 수업, 퀴즈, 과제, 토론 등에 참여 해야만 이해하고 풀 수 있게 출제 되기때문에,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syllabus대로 평소에 꾸준히 따라가는 것 같아요. 평소에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다면 시험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공부하지 않아도 별탈없이 좋은 성적들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한국에 비해 미국의 participation, 수업 참여도가 높은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Vice versa). 

그리고 공부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요. 한국 학생들의 경우 혼자, 조용히, 칸을 막아가며, 옆에 친구보다 조금 더 오래 공부하려고 하죠. 제가 한국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심지어 모르는 친구와도 은근히 경쟁했어요. '내가 저 아이보다 더 오래 앉아있어야지' 생각하면서. 내가 옆에 있는 친구보다 하나라도 더 알아야 더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미국은 혼자하는 공부보다 함께하는 공부가 보편적인 것 같아요. 교수님이 나서서 함께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누군가 수업 분위기를 주도하는 친구가 study group공지를 붙여요. (수업마다 이런 친구들이 꼭 있어요!) 그럼 함께 모여서, 그동안 공부해 온 내용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죠. 그럼 각자가 놓쳤던 부분도 메꿀 수 있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제 개인적으로 이 공부 방법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어떤 문제에 대한 제 견해를 서술하라고 했을 때, 저는 제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풀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제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또 그것들에 대한 제 생각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나눌 수 있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를 통해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정답'을 선택하고 서술해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정답'이 아니면 '틀린 것'이 되고 아무도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죠 이미 내 답은 '틀린 것'이 되었기때문에. 그러나 이곳에서는 정말 쌩뚱맞고, 관련없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very interesting'이라고 반응해주죠. 이런 격려, 존중과, 칭찬이 공부하는 주체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구요. 모두가 yes라고 해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시작되는 듯해요. 

제도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평가방식이 이렇게 다른 공부 문화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겠죠. 모두가 A를 받을 수 있기때문에 서로의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고, 절대 꺼려지는 일이 아닌 반면 한정되어 있는 A를 '내가' 받기 위해서 나만 알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거니까요. 이곳에서 공부를 하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먼저는 내가 너무 내 밥그릇만 챙기려고 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고, 또 내가 얼마나 나만의 생각이 없었는지, 남의 눈치는 또 왜 그렇게 봤는지 돌아본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씩 내 목소리를 찾고, 조금씩 speak out loud하는 것 같아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생각과 나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그것을 존중받아야 하고, 나 또한 다른 이들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한 깨달음을 조금씩 얻어가고 있어요.

숲의 의미.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저녁이네요 :)  

[글과 사진,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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