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추운 겨울을 지나면서 바깥의 나무에 핀 한 송이의 목련의 사진을 올렸었는데, 오늘은 텁텁한 사무실에 한 줌의 흙 속에서도 열심히 자기의 생을 살아가며 명을 지키는 작은 카랑코에 화분의 사진을 올렸다.
작년 3-4월 즈음엔가 사온 이 녀석은 3개월 이상 꾸준히 빨간 꽃들을 이 줄기에서 피우다 저 줄기에서 피우다...정말 열심히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삭막한 사무실에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자기의 몫을 다해내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이 녀석도 꽃을 다 떨어뜨리고 꽃을 매달았던 줄기와 잎들이 시들어 갈색으로 말라붙더니 부슬부슬 먼지처럼 떨어지기 시작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게 초록의 잎과 줄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또다른 쪽에서도 나고 또 나고,...그러더니 위의 사진처럼 햇볕을 받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풍성하게, 맨처음 사왔을 때의 2배나 되는 크기로 자라났다.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한 때에 자라나서 그렇지 이 녀석은 꾸준히 조금씩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몇 일 전, 이 사진을 찍은 날, 드디어 꽃망울이 맺혀졌다. 감동이었다. 모르는 새 야금야금 자라더니, 작년처럼 꽃을 보여줄 요량인지 꽃망울을 달고 있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부모에게 있어 자녀들이, 스승에게 있어 제자들이, 그리고, 하나님 앞의 성도들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반석같지 않던 베드로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신 예수는 아마도 그런 가능성을 미리 보신 것이리라. 내게도 예수님처럼 그런 눈이 있었음 좋겠다. 그럼 지금의 모습에 연연하여 판단하고 화내고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생명력을 모여 준 작은 화초에게 감사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