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5 인도네시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인도네시아. 이 세상에서 섬이 제일 많은 나라, '발리'섬이 있는 나라, 그리고 기름도 나는 나라. 이런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8박 9일동안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첫출국인 동시에 첫해외봉사라서 엄청 대단한 것들을 기대하였으나 생각보다 잔잔한 봉사활동이었다. 교육봉사도하고 노력봉사도 하였지만 예상보다 너무나 편하게 생활했고, 몸이 힘들었던 순간은 아주 잠깐이었기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왔지만 '여행'을 온 느낌을 받았다. 이때문에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지만 덕분에 다양한 것들을 보며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느낌은 무질서함이었다. 이 나라의 도로들은 신호등은 거의 없고, 차선도 없고,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들은 승용차 사이사이를 통해 다녔다. 게다가 어딜가나 쓰레기는 널부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모아서 버려야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도 태우거나 쌓아놓거나하는 두가지 방법만 사용했다.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 덕분에 대부분의 강은 악취가 나도록 오염되어있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처럼 하수도처리를 담당하는 곳이 없어, 하수처리는 건물을 세우면서 각 건물들 자체에서 한다고한다. 그래서 강의 오염은 식수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져 있다. 이런 무질서함의 집합체를 보면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불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지어는 이런 무질서함을 강력한 권력으로 눌러버릴 수 있는 독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_ 방금 뚜비에게 이 생각을 이야기 했다. 동남아에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왕이있었고, 또 그동안 독재자도 많이 있어왔고 했기 때문에 하나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은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돌릴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 것을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나라가 너무 큰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맞는 것 같다. 내가 너무 크기가 작은 한국중심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봉사활동을 했던 '무아라까랑'과 '딴중뿌리옥'은 이러한 무질서함의 결과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우선 '무아라까랑'은 쓰레기 강을 옆에두고 지어진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집들은 흑으로 지어진 집이었고, 제대로 창문들이 만들어 지지 않아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집이었다. 두개 또는 세개로 이루어져있는 집에서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8~9명의 식구들이 살 고 있었다. 땅도 모두 흙으로 되어있었고 제대로 평평하게 다져잇지 않아서 썩은 물이 고여있는 곳이 많았다. 당연히 쓰레기는 사방군데 널부려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피부는 피부병 때문에 수많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두번째로 방문했던 '딴중뿌리옥'은 그래도 무아라까랑보다는 상황이 더 나았다. 기차길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인데, 다행이 쓰레기강이 없어서 악취는 심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괜찮아 보였으나 가정방문 때 본 그들의 생활 모습은 오히려 무아라까랑보다 열악했었다. 집은 방 1개로 되어있고 그 곳에 부모아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였다. 집들이 대부분 2층으로 되어있고 다닥다닥 붙어이었기 때문에 환기는 더욱이 되지 않았다. '무아라까랑'에서는 식수의 문제를 '딴중뿌리옥'에서는 주거의 문제를 고민 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 도중 일정에 없었던 '깔리조도'라는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훑어보기만 했었지만, '주거'와 '식수'에 문제가 최대로 집합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쓰레기 강 옆에 있는 고가도로 바로 밑에 거주 하고 있다. 고가도로와 땅 사이에 있는 아주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우리들은 허리를 굽히고 기어가다시피 마을에 들어갔고 너무 깜깜하여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으로 라이트를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열악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티비도 있고 정수기도 있었긴하지만, 주거 공간에 대한 문제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곳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집중했던 것은 '적정기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어떤 문제를 도와줄지에 대해 고민하려고 했다. 내가 그동안 공부했던 적정기술은 대부분 1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득창출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도시에 살고 있는 빈민들은 그런 사람들과 처지가 확실하게 다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농사가 아닐 뿐더러 너무도 다양하고, 그리고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 생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빈민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본적도 없었고 고민해 본 적도 없었기에 고민을 깊게 하지 못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기운에 눌려버렸다.
이제 앞으로 해야할 일이 명확해졌다. 도시빈민을 위한 적정기술에 대해 고민하는 것. 특히 주거와 식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건축과도 아니고 토목과도 아니지만, 충분히 아이디어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생각한 것은 환기가 잘되는 집 구조 고안해보기이다. 이사람들은 바람은 동서로 부는데 너무도 강한 햇빛때문에 대부분의 집의 창문과 문이 남북방향으로 나있다. 그래서 더욱 환기가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집이 만약에 큰 도로 변이나 또는 '딴중뿌리옥'처럼 기찻길 옆이라면 집 벽을 광고로 도벽하여 돈을 만들 수도 있을 것같다. .. 쓰레기는 아직 모르겠다. 어떻게 인식을 개선시켜야하는지 쓰레기를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면 좋을지. 더욱더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같은 학교 과 후배이자, 다음 생에 태어나면 이런 삶도 살아봐야지 싶은 삶을 살아가는 동생이자, 함께가는 친구.
화학공학의 길 안에서 사람을 돕고자 적정기술에 꿈을 두고 있는 민하의 글을 간간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친구의 적정기술에 대한 생각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