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을 참 잘 버린다.
제 1전공은 화공생명공학과.
토익시험준비, 자격증취득, 인턴쉽등 나를 위한 자기계발이자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인 스펙쌓기를 해나갈 법한 대학생인 나는 좀 다른 것들을 해왔다.
예를 들면 전공과는 아무 관계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조선일보 캠프2주. 지방에 내려가서 아예 1달동안 합숙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멘토링 같은 것에 더 큰 의미를 느끼고 시간을 쓰곤 했다.
그리고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에 쓸 법한 대학교 3학년 중요한 시기의 1년을 영어권 국가도 아닌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 로삐아노에서 보냈다.
영어는 다 까먹은 느낌이고, 이탈리아어라는 어디 쓰일지 알 수 없는 언어만 얼렁뚱땅 할 줄 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정신차리고 1년 늦은 만큼, 빨리 대기업에 취직할 준비를 해서 경력을 늘리고 내 앞에 가는 내 동기들을 쫓아가야 할 때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4학년 1학기부터 수학이라는 다른 학문을 복수전공하기 시작했다.
사회에 나간 어떤 어른이 보면, 그냥 내 또래인 사람들도, 세상물정 모르고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인 대학생이라며 시간을 버려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내가 살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든 것 같아.
단 몇사람이라도 내가 세상에 태어났음으로 인해서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간 버림들 속에서 내가 생각해온 생각하는, 성공에 맞는 스펙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토익공부 대신 해온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들에서
내가 황금같은 꿀주말, 휴가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월화수목금토일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그리고 내가 생각해왔던 성공으로 다다르는 나에게 가장 맞는 길인 것 같은 교육을 위한 나의 원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로 하고싶은 일에 대한 발견은 어느학원에서도 줄 수 있는 선물은 아닐 것이다.
어학연수 대신 다녀온 이탈리아의 작은 소도시 로삐아노에서의 경험은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모여 지내면서 진짜로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삶으로 느꼈고, 내 이해의 폭을 고무줄처럼 무한정 넓힌, 내인생에서 가장 잘 버린 1년이었다.
또 그 1년에서 내 가치관을 세울 수 있었고, 가기전까지 고민하던 나를 붙잡고 교육을 위한 일을 하겠노라고 길을 찾기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수학교사가 되기위해 수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것이다.
아직 내가 버리고 온 길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워낙 다른 사람 말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내가 생각한 성공이 진짜 성공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어떤 길이 있을지 머리아플 만큼 고민해보고, 발로 찾아보고 조언도 구하러다니고, 힘들어도 이겨내보는 것이 처음이다. 이 처음이 참 감사하다.
내 나이는 지금 스물 넷. 늦지는 않았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르다면 이른 나이에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부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래서 감사하곤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는 이미 십대의 청소년들이 했을 지도 모르는 진로에 대한 탐색과, 자기 길에 대한 돌닦기를 놓치고 있을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깝다.
보잘것 없는, 어른이라기에는 아직 찾아가는 길중에 있는, 계속 흔들려서 나를 다잡기에도 벅찬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나의 작은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그래서 음.......................................
만나서 반갑습니다!
[글과 사진, 김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