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미디어를 특성화한 덴마크 Faaborgegnens Efterskole에 들어서기 전 현관을 마주보며 찍은 사진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과후학교Afterschoo와는 다른 개념의 학교입니다.
최근 공교육에서 도입한 자유학기제를 떠올리면 에프터스콜레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난 5월말에 시작한 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학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본뜬 것이지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참가지원을 받아 그 중 선발한 40명의 학생은 앞으로 1년간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과 삶을 돌아보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대안교육과정을 밟은 후 2학년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가 중고등학교 교육과정과는 별개로 1년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점과 비교할 때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대안교육과정을 이수하고 2학년에 다시 일반교육과정으로 진급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의 현실에 맞게 개량화한 에프터스콜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과 영어 과목의 경우 세분화 된 수준별 수업과 철저한 개인별 학습 지도를 실시한다든가,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의 경우 대안교과목 수업으로 진행하지만 단, 고1 교과별 핵심성취기준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든가
대학생 멘토와 학생을 연결해 일대일 학습 지도를 실시하는 점 등이 어쩔 수 없이 반영해야 할 결과로 고려된 사항들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오디세이학교는 에프터스콜레보다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좀 더 닮아 있습니다.
암튼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이런 저런 한국적 상황을 떼놓고) 오로지 생애전환기에 놓인
학생에 의한, 을 위한, 의 쉼과 숨을 위해 1년간 특별하게 운영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방과후학교가 아닌 (1년간 다니는)단기자유중등학교라고 볼 수 있지요.
OECD국가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는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탁월한 결과 때문에
최근 핀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교육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PISA는 각국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글 이해력), 수학, 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보통 3년마다 평가를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핀란드에 이어 늘 2~3위권을 유지하는 뛰어난 학업성취도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들이 확인할 수 있지요.
여하튼 PISA의 결과에 많은 교육선진국가가 주목하지만 정작 덴마크의 여러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곳 선생님들은 PISA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미 140여년전 그룬트비 주도하에 교육혁신이 일어나 다양한 자유학교와 교육과정이 공교육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런 선진화된 교육의 역사와 뿌리는 사회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공적인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점수로 계량화된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앎을 넘어 삶으로 실천되는, 사회 전 영역이 배우는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우리나리의 어느 학교를 가 보더라도 교육의 목표는 늘 삶에 맞닿아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액자에 넣어둔 장식에 불과할 뿐 정작 교육과정과 내용은 따로 작동됩니다.
결국 삶에 맞닿아 있는 교육목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으려면 유치원부터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14년의 기간 중
최소한 1년 정도는 자기의 숨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살피는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한국형으로 개량화한 그 어떤 프로그램식 교육과정의 접근보다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와 같은 독립적인 과정과 기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과 사진,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