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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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Labyrinth 
June 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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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면 막연하게라도 무엇이 되고 싶다란 생각을 가끔씩은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을 위해 어떻게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학교선생님도, 부모님도, 교회선생님도 그 누구도 무엇이 되라고 했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혹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얘기해주는 어른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늘 미로를 걷는 것 같았지요. 재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혹 길에서 벗어난 건 아닌지, 또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길이 없는 오지라면 모험심이라도 길러지지만 미로같이 놓인 여러 가래 길을 바라보며 참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막막함은 종종 두려움으로 바뀌기도 했지요.
 
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 모새골이란 곳이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에 있지요. 그곳에 가면 묵상동산이 있는데 일반적인 기도원이나 교회에서 보는 묵상이나 기도처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예순 여섯 보폭의 미로Labyrinth를 만나게 됩니다. 이 래버린스 모형을 통해 걸어가다 보면 중심으로 다가갈 듯 하다 멀어지고, 멀어질 듯 하다 또 가까워지면서 중심부를 향하게 됩니다. 이 모형은 거룩한 땅으로 가는 순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약1,200년경에 프랑스 샤트레스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래버린스는 회상, 묵상, 기도, 그리고 위로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데, 특별히 우리는 하나님과의 더 친밀하고 깊은 연합을 경험하기 위하여 래버린스를 걸을 수 있습니다. 래버린스는 막힌 길과 많은 속임의 방향 전환으로 혼동되어 좌절하도록 만들어진 미로와는 달리, 중앙부로 인도하고,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이 하나뿐입니다. 래버린스를 걷는 데는 옳고 그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길만 따르면 되는 것이지요. 중앙부를 향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걸으면서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근심을 비워냅니다.
 
그렇게 걷다 중앙부에 다다른 순간 짧은 말씀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온 사방이 고요해지며 시공간이 멈추고 오직 그분과 나만이 대면하는 절대고독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 앞에선 절망이나 두려움도, 그 어떤 회의(懷疑)도 없습니다. 오직 그분이 주시는 넘치는 사랑만이 있었습니다.
 
 
[바람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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