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리 단위의 작은 마을로 이사온 후 자연이 우리 가족에게 성큼 다가왔다. 앞 집에 이웃한 내외분이 텃밭 농사를 하시며 기르는 상추를 한아름 뜯어 주셨는데, 그 상추 속에서 달팽이 두마리가 나왔다. 이 녀석들이 교미를 하는 중이었는지, 둘이 머리(?)쪽을 맞대고는 한참을 떨어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혹시 죽은 녀석들인가 싶어 등껍질을 잡아 떼어내려 해 보았다. 그랬더니만 그제서야 스을쩍 움직이는 것이다. 귀엽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겨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병에 상추와 소량의 물을 담아 넣어 놓았다.
이 녀석들도 숨은 쉬어야 할테니 물병의 입구는 열어놓았었다. 아래 위로 긴 물병이라 설마~하면서도 뚜껑의 일부를 열어두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돌아보니 한 마리가 기어나와 다른 곳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또다른 한 마리는 기력이 다했는지 그냥 있는 곳에서 편히 쉬며 슬슬 움직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활동성이 강한 한 마리를 다시 집어들어 통에 담고 양파망을 잘라 뚜껑에 덧씌운 후 뚜껑을 닫고 마개를 열었다.
얘네들에게 나는 철천지 왠수가 된걸까? 그런데 얘네들이 그런 환경에서 오래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내가 병에 담아 기르는 것이 얘들에겐 고통을 주는 일이니까 말이다. 한편으로는 위험한 야생에 풀어놓지 않아 오히려 얘들이 안전하게 잘 살 수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할까?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서도 늘 이 부분이 고민스러웠다. 엄마로서 어느 정도를 해야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지금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컸는데, 공부는 관심 밖이고, 음악이나 친구, 운동, 외모,...이런 것들에 훨씬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 어떤 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않은 것이 이 아이들이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길로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어서,...내가 도데체 뭘 하고 살았나 싶어서....
이런 마음 상태로 계속 산다면 아마 중병에 걸리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건 때때로 공부에 관심 없는 우리 아이들이 멋져 보이기 떄문이다. 큰애는 음악을 하려고 하는데, 음악을 전공한 내가 봐도 어떨 땐 '리듬감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이 든다. 흐뭇하다. 또, 작은 애는 독서랑 관계를 끊고 살다시피 하는데도 어떨 땐 말하는 걸 들으면 참 기가막힐 정도로 유머 감각이 남다르다. 사랑스럽다.
아마도 하나님이 우리를 보실 때에도 그럴 것 같다. 최고의 솜씨로 인간을 만들어 놓으셨는데, 자유를 만끽하도록 주었더니만 희안하게 죄를 짓고, 그것도 죽을 죄를 짓고 마니, 원..... 한데, 간혹 노아나 모세, 다윗 같은 자들이 나와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에 훌륭하게 쓰인다. 그 때 하나님은 웃으실 것이다.
달팽이에게 자유와 보호 중 무엇을 제공할까? 아직도 고민중이다^^
[사진/횃불, 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