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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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May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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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벗들은 참 불행하다.
시의 은유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난무하는 수많은 언어는 영혼없는 울림과 같다.
 
바람나무숲 아이들과 정지용 생가를 갔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40-1, 서울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157km 남짓한 거리를 자동차로 2시간이 채 안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시인 정지용(鄭지溶 1902~1950)의 결을 만지고 느낀다.
매년 이맘때면 그를 기리는 지용제가 열린다.
1988년 이전까지는 그의 시를 숨죽여 읽어야 했다.
6.25때 납북된 이후 그의 행적에 관한 온갖 추측과 오해로 그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했던 어두운 시절,
사상이, 그런 사상에 연루된 갖가지 소문과 억측과 편가르기로 
아름다운 시를 죽이는 역사를 쓰게 된건 참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간절했고 목마르지 않았을까.
해금(解禁) 이후 쏟아져 나온 그의 유작과 시선집은 그래서 더 달콤한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는 벗들에게 고향은 그런 달콤한 시와도 같다.
때론 감추고 싶은, 묻고 싶은 가난한 고향의 기억을,
하지만 때로는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
도시에서의 삶에 지치고 힘든 영혼 누이고 싶을 때 큰 벗들은 향수를 노래하고,
아이 벗들은 공기 중에 부유浮流하는 시어詩語를 두 손으로 정성스레 담아 갈무리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촌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름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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