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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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May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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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학생일 때 소위 쟁이질 한다는 전자공학도임에도 가끔 시집도 읽고 감수성이 충만한 후배가 있었다.
고향 후배이기도 해 늘 가까이 살갑게 지냈는데, 간혹 향우회나 동아리 모임이 있을 때면 함께 자리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이 친구, 모임이 끝날라치면 꼭 가곡을 한 곡조 뽑아냈는데 즐겨부르던 노래 중에 '사공의 그리움'이란 노래가 있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어라차 노를 저어라
순풍에 돛 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지면은 달 떠 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두리둥실 떠나는 배를 바라보며 서산에 달 떠오는 풍경은 참 낭만적이다. 하지만 그리 흔치 않다.
배가 떠나가는 항구는 종종 문학에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꼭 필요한 공간으로 차용될 때가 많고,
큰 파도가 넘실대는 거친 바다로 고기잡이하러 떠났다 돌아오지 않는 어부와 그 아내의 상사곡은 애절하다.
더군다나 작년 4월의 봄바다는 통곡이었고 서러움이었으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그 무엇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16일 귀를 솔깃하게 하는 TV뉴스가 있었다.
김승진선장이 '무기항, 무원조,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후 충남 당진 왜목항에 귀항했다는 것,
이는 세계에서 6번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성공한 것이란다.
무기항이라 함은 태평양, 남극해, 대서양, 인도양을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육지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서 어떤 항구에도 들르지 않고, 다른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아무런 기계 장치도 없이
오로지 바람에만 의지한채 211일동안 4만1천900km를 항해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모든 경도를 통과해야 하고, 적도를 2회 이상 통과해야 하는 룰을 지켜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  
비록 요트를 직접 보거나 바다의 터프함을 경험해본 적이 없더라도 이번 일주 항해가 얼마나 위험하고 고독했을지 가늠이 된다.
때론 돌고래가 너무 예뻐 수중 촬영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다가 큰 상어를 만나기도 하고,
남극해를 통과하던 중 커다란 유빙(떠다니는 빙산)이 요트 옆으로 지나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도 했으며.
장비가 고장 나 이런 상태로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때도 있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항해를 통해 '아무리 힘든 삶 속에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단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환경으로 좋건 싫건 우리는 바다와 연해 살아야 하고 그래서 그런 바다를 이겨내야 한다.
때론 낭만적이지만, 때때론 포악하기 이를데 없고, 또 때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며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지만
그런 바다를 직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홀로 배를 타고 망망한 대해를 항해하며 일주에 성공한 김승진선장이 싣고 왔다는 그 '희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절망'의 반의어라는 점은 확실하지 않을까.
그러니 그 희망을 싣고온 '아라파니('아라'는 바람, '파니'는 달팽이를 뜻하는 말로 '천천히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호에
몸을 싣고 세월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라도 희망을 노래하자.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것처럼,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반드시 이뤄지는 것이 꿈과 희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망설인다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망설이면 안 되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움직여라, 행동해라 이렇게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SBS 배재학의 0시 인터뷰 중에서 -
집채만한 큰 파도가 눈 앞에 닥쳐오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맞서 싸우고 헤쳐 나가자.
그리 가다 힘들면 쉬어 가고, 벗과 여럿이 함께 가면 망망대해라도 두렵지 않으니
오직 바람에 나를 맡겨 내 꿈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천천히, 머얼리, 당당히 항해하자.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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