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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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바보 
January 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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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다가도 한다는 소한'의 밤을 무사히 보내고 난 아침, 지난 7년간 10만km 이상을 달리며 나와 함께한 애마(자동차)도 혹독한 밤을 보냈는지 온 몸에 하얀 성에로 뒤덮여 있었다. 성에가 하얗게 낀 자동차 문짝에 둘째 녀석이 재빨리 낙서를 한다.
 
'엄마 바보'
 
요즘 둘째 아들은 '꿔다가도 한다'는 '중2병'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물론 나 자신 '중2병'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X-세대니 Y-세대니 하며 사회학자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은 용어들을 언론이 퍼 나른 것처럼
중2병 또한 누가 만들어내고 퍼 나르는지 모르겠지만 그 배후세력의 의도가 음험하다.
암튼 둘째와 안해는 요즘 괜한 일로 늘 티격태격 한다.
물론 나또한 둘째와 티격태격하지만 좀 더 만만한 제 엄마에게 시비를 건다.
 
그런데 그렇게 시비하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그 까닭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들이대는 것만으로도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언가 응어리를 안에 감춘, 그래서 음험한 아이들이 더 위험하다.
그런데 이 세상이, 이 사회가 우리의 아이들을 자꾸만 음험하게 만든다.
내면의 야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며, 그래서 늘 아닌척, 착한척, 성실한 척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다 결국 '지랼 총량의 법칙'의 이론대로 나중에야 '척'을 견디지 못하고 '나'를 드러내면
그 때는 대략 난감한 사단을 만들고야 만다.
 
이는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광장'은 자꾸 폐쇄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자꾸만 '밀실'을 만들기 때문이다.
'밀실'은 오직 남 모르게 하나님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골방'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
그런 목적 외에는 대개 야합이 이루어질 때 밀실을 찾기 마련이다.
정말 다음세대가 걱정이 된다면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광장에서 맘껏 노래하고 춤추고 토론하자.
그리고 어린 아이라 생각말고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는, 여행하는 벗이라 여기자.
 
그래, 엄마는 바보다. 그리고 아빠도 바보다.
부모가 그런 바보가 되어야 우리의 아이들이 다음세대를 똑똑하게 잘 준비할 수 있을거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바보가 되려 하지 않고 모두가 자녀교육에 전문가로 자처하며 제 목소리만 높이는 시대에
과연 다음세대는 어찌 될까 염려가 앞서지만
 
그러나,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을 견딘 성에 낀 자동차에 가장 먼저 '엄마 바보'라 낙서한
둘째 아들을 바라보며  이 지구별을 함께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하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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