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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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August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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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다보면 꼭 지나가야 할 양지사거리에서 빨간 신호에 멈춰섰다.
낮게 깔린 쟂빛 구름 사이로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국수를 말리기 위해 여기 저기 널어놓은 것처럼
전봇대에 매달려 수십 가닥의 전기줄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갑자기 눈에 확 들어와 얼른 폰카로 사진을 찍었다.
라디오에선 40대 중년이면 꽤 들었을, 그래서 몇 소절 정도는 흥얼거릴수도 있을법한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란 노래가 흘러 나왔다.
노래 가사는 대충 이렇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주고파
흰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싶네
슬퍼보이는 오늘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싶네
한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거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우우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그런데 오늘은, 비오는 수요일인 오늘은 빨간 장미를 한다발 끌어안고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단식 중인 유민 아빠에게 안겨주고 싶다.
흰옷을 입고 청와대 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주고 싶다.
왠지 무거워 보이더라도 한다발 끌어안고
슬퍼보이는 오늘밤에 세월호 특별법 통과라는 아름다운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여전히 팽목항에서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는 시린 그들의 눈물을 씻어주곺다.
말도 안되는 일이 연신 일어나는 지금 여기의 일들이 그저 슬픈 영화였으면 싶은데
엄연한 현실이기에 비에 젖은 코트는 무거워지기만 하고
곡기를 끊은 몸은 가벼워져야 할텐데 외려 무거워지기만 한 것은
마음에 새겨진 한이 날이 갈수록 쌓여가기만 한 까닭일게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오는 수요일엔 
새빨갛게 피멍든 그들의 가슴을 빠알간 장미 한다발로 바꾸고 싶다.

어느새 노래가 끝나고 멈춰서야만 하는 빨간 신호에서 파란 신호로 바뀌었다.
우리의 일도 이러면 좋겠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필요한 그 누군가를 위해
정확하게 가야할 곳을 알고 흘러가는 전기마냥 그렇게 순리대로 흘러가면 좋겠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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