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오른쪽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새가 있었다.
좌우로 날개는 펴져 있지만 틀에 갇혀 늘 오른쪽만 바라보고 그렇게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었다.
물론 위로도 아래로도 어떤 세상의 풍경이 있는 날아가 보고 싶었고
때론 왼편에 있는 동료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걔네들의 생각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 그렇게 주조되었기 때문에 위로, 아래로, 좌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그의 앞에 펼쳐진 풍경과 소리들이 전부인양 그렇게 만족하게 살아갔다.
바라보지 않으니 굳이 틀을 벗어나 거기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날 때부터 우편향으로 설계된 등탑에 매달려 그는 자연스레 우편향적인 새가 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몰려오던 어느 날. 세찬 비밤람을 견디며 그렇게 삐거덕 삐거덕 견디고 있는 어느 날
우연히 그의 몸과 눈과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의 시각은 새로운 풍경과 맞닿아 있었다.
주차장에 가득한 자동차와 그 앞으로 즐비한 횟집과
스마트폰으로 연신 그를 향해 팔을 뻗으며 교신하려는 듯한 사람만이 전부인 세상인줄 알았는데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바람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은빛 파도와 방파제에 연신 제 몸을 부딪는 바닷물의 결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귀로만 들었던, 하지만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애써 외면했던 그 소리들과 햇살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새는 그 날로 자신을 묶어둔 틀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새처럼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내는 웅얼거림과 외치는 듯한 소리도 흉내내며 우편향도, 좌편향도 아닌 자유의 새를 위해 몸부림쳤다.
그렇게 밤새 파닥거리며 목이 터져라 울며 지새운 후 그 새는 마치 마법에서 풀려난 공주처럼
지금껏 자신을 가두어 놓았던 틀에서 벗어나 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날아오를 준비를 한 후,
드디어 저 넓은 대양으로, 드높은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이제는 쇠창살 처럼 단단한 틀도 그를 가두지 못하고 규정할 수 없는 높이로 힘차게 날아간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