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길고 길었던 지난한 한 해였습니다.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 온 몸에 흥건한 땀을 벽난로 앞에서 불을 쬐며 말려보지만
쉬 마르지 않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온 세상을 제 것인양 호령하는 시대를 등에 업고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의 횡포가 기승한 한 해였습니다.
땅콩 하나로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하늘에서부터
가만히 있으라며 생때같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바다에 이르기까지
내내 피눈물이 흐른 2014 갑오년의 한 해가 떠나갑니다.
하지만 생지옥같은, 겨우 살아야할 혹한의 겨울을 서로의 온기로 견디어 냈습니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황량한 들판에 갸날픈 갈대도 함께 있어 찬 바람 맞서내 듯
힘 없고 가난한 을민도 여럿이 함께 하여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바람 때문에 제 몸 눕히지만 다시 일어서서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저 너머 숲을 꿈꿉니다.
얼어붙은 땅 밑에 숨 죽이고 있지만
겨우내 결코 숨 죽지 않는 생명을 보듬고
올 봄
기어코 싹을 틔워낼 희망을 소원합니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켈트족의 기도문에서]
[덴마크 어느 들판에서의 사진과 글,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