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귀성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이곳 추계리에 모여 예배하고 추석상을 나누었다.
아침식사를 끝낸 후 순교자 기념관까지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올라 가다 밤나무를 털어 작은 알밤을 까 바지 주머니에 한 가득 담기도 하고
그렇게 소담소담 얘기를 나누며 기념관까지 걸어갔다.
몇 해 전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큰형의 빈자리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큰형수와 함께 걸었다.
또한 작은 형과 형수와도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정겹게 걸어가는 제 부모들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길 따라 세워진 성경말씀 중 '저희가 배부를 것이요'와 절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그렇다.
배 부르다.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벗인 가족과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배가 부르다.
그대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평소보다 30%나 밝다는 슈퍼문 만큼이나 풍성한 삶은
서로 사랑하며 때론 싸우기도 하다가 다시 용서하고 화해하며
옳은 의를 따라 살아가며 정의에 목말라 때론 외롭고 힘들 때에도
이 세상 끝까지 함께 여행하는 벗,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17살 아들 '물'이 찍은 사진에 바람이 글을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