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하루를 꼬박 걸려, 비행기를 두어번 갈아타고,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간 적이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두 시간 남짓 자동차를 타고 도착한 러스텐버그Rustenburg에 여장을 풀고
다시 1시간 반 정도를 더 달려서 더비Derby란 마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반세기를 거슬러 나의 어린시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황토빛 흙바닥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며 깨진 벽돌 두 장과 작은 페트병 하나로도 몇 시간이나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양철로 지붕과 벽을 덧댄 작은 예배당은 수백평 큼지막한 서울의 어느 교회 못지않게 경건하였고
그 앞 붉은 앞마당은 발암물질로 뒤범벅된 우리네 초등학교의 푸른 인조잔디보다도 더 부드러웠습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계량화한 요즘 우리나라 GDP가 세계 10위권 안에 들만큼 치솟았지만
주관적 삶의 만족도나 행복도는 곤두박질친지 오래였습니다.
객관적으로보면, 더비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찌든 삶의 전형을 확인해야하지만
실제는 비싼 스마트폰에 눈을 떼지 못하는 우리네 아이들보다 몇 배나 해맑고 행복한 낯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이미 다 아는 얘기이나, 삶의 행복은 물질의 소유나 디지털의 첨단이나 세련된 장식에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확인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하늘은 더 낮게,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곳에 자리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핍을 모르는 결핍에 오늘도 놀이밥을 먹지 못하고 마음의 기아를 겪고 있는 남한South Korea의 아이들은
남아공South Africa의 아이들과 같은 남쪽 하늘 아래 있지만 배고픈 기아보다 더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나봅니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