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바람과 함께 늘 함께 하는 나무를 껴안고 노래하는 소년이 있다.
그림 속의 저 소년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매일 매일을 즐겁게 노래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가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몇몇 멘토 중 '빠른독해 바른독해'(일명 빠바)의 저자인 이상엽선생님이 있다.
십여년 전에 그 유명한 영어교재인 소위 '빠바' 시리즈를 저작했던 분이다.
그와 함께 주로 삽화 작업을 했던 분 중에 '앗쭈'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분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다.
교육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틈만 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림을 통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는 그녀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사회를 향한 정직한 분노와 함께 사람을 향한 시선이 참으로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발도르프교육을 하는 어느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교에 그림품을 팔며 봉사한다.
어느 날 그녀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직접 그린 그림을 보게 되었다.
수십 쪽에 달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이 구태여 필요하지 않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한 장의 그림에 너무도 또렷이 잘 드러나 있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안내할 때 이 그림을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교육과정을 나무에 빗대어 표현한 생각 자체가 참 교육적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이곳의 아이들은 12년간의 일관되고 통합된 교육과정을 통해 발도르프가 지향하는,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특성을 타고나며, 그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과 개별성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교육을 진정성있게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몇 년 동안 학교를 경험했다고 교육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교육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교실에서 함께 뒹굴며 호흡하고, 그래서 지닌 결을 갖지 않으면,
교육한다는 건 단지 학교를 운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결이 있는 바람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준,
그래서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나무로, 숲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앗쭈에게 고맙다.
[바람 글, 앗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