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합니다. 수능일이면 날씨가 춥습니다. 어제까지 영상이었던 기온이 올해도 ‘매서운 수능 한파, 찬바람에 체감 온도 뚝(2019.11.14. YTN)’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년 추웠던 건 아닙니다. 2010년 이후 수능일 기상을 분석한 결과를 보니 포근한 날씨가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아마 수능을 앞두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몇 번의 사례가 마치 매년 되풀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수능한파’로 인식하게 되었나 봅니다. 어찌 보면 교육과 관련해 우리가 갖는 인식도 이와 비슷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사례를 살피며 팩트체크를 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근거 없는 옆집엄마의 몇 마디 말 때문에 스멀스멀 올라온 불안감과,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다간 승자독식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낙오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해져, 결국은 다람쥐 쳇바퀴에 밀어 넣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방과 후 쉴 새 없이 학원차를 타고 뺑뺑이 돕니다. 놀이터와 마을 어귀에서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중고등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들이야 당연히 관심을 갖겠지만, 최근에 수능시험 문제를 풀어 보거나, 아니면 최소한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관심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나요.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논술 형태의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라는 시험을 치릅니다. 이 시험이 나폴레옹이 집권한 18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거의 200년 동안 동일한 입시 제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매년 6월 바칼로레아 문제가 출제되면 학교에서는 물론 일반인들도 곳곳에 모여 주어진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갑론을박 토론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의 수준이란 모름지기 동 시대 모두가 공유하는 철학이나 교양, 추구하는 가치를 넘지 못합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교육생태계의 수준은 경쟁을 통한 선발과 배제 중심의,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올해 출제된 바칼로레아를 함께 풀어볼까요.
(1) 시간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가능한가?
(2)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무엇에 유익한가?
(3) 문화의 다면성은 인류의 통합에 장애가 되는가?
(4) 자신의 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 2019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 중에서
사진은 2019 글로벌인재포럼 Track A :모든 사람의 가능성을 높이는 교육 중 첫번째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패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