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절기인, '대설'에 대설주의보 대신 '전국이 대체로 맑다가 밤부터 구름이 많아지겠다'는 일기 예보를 듣습니다. 그래도 '대설'에 며칠 앞서 일찌감치 큰 눈이 내렸고, 이곳 추계리에는 곳곳에 눈길이 만들어졌습니다. 눈뭉치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동네 아이들끼리 편을 나누어 눈싸움하던 어릴적 낭만은 사라졌지만, 눈이 오면 빙판길로 변할 출퇴근 길의 공포 때문에 뽀드득 눈길을 밟으며 설경을 노래할 감수성은 비록 사라졌지만 그래도 '대설'을 앞두고 내린 대설 때문에 여전히 남아있는 금백산의 눈길을 걸으며 고은의 '눈길'을 나즈막히 읊조려봅니다. 여전히 겨울의 온누리를 떠도는 마음밭은 시끄럽고 어지럽지만 눈길을 걷는 동안 서서히 어둠은 걷히고 나의 마음은 어느 새 대지의 고백을 듣는 귀를 지닌 어둠으로 물들어 갑니다.
[고은선생님의 시와 이산의 사진과 글씨에 더해 바람의 짧은 글을 보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