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비가 속살거리며 내리는 토요일 아침, 바람나무숲 아이들과 함께 종로에 있는 어느 중고서점에 갔습니다.
내 손때 묻은 책을 내어주고 다른 그 누군가에게 결을 만들어 주었을 책 하나를 집어들어 읽는
바람나무숲 아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획일화된 독서프로그램이나 그런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목록에 의지하지 않고
헌책을 가지고 서점에 나오는 수고와 그 책을 바꾸며 얻게 된 재화와 또 그 재화로 내 삶을 풍성하게 해줄 책을
자기 손으로 직접 고르게 하는 경험이야말로 독서 교육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죠.
학부모가 아닌 부모로서 우리가 조금만 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면
이들을 빚으신 그분의 숨결로, 형상으로 회복되어 가지 않을까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접속함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부모와 교사를 바라보며 성장한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멀리하고 책을 가까이하라는 요구는 어쩌면 교육이 아니라 고문에 가까운 고육이지 않을까요.
자! 이제 책꽂이에서 평소에 읽지 않는 책을 골라낸 후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종로에 있는 중고서점에 들러 아이가 읽을 책을 직접 고르게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인사동이나 청계천, 아니면 좀 더 먼 북촌까지 도심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요.
청계천을 걷기 전에는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읽어주면 좋겠죠.
아니면 청계천의 변천사나 생태환경문제에 미친 영향에 관한 기사를 함께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은 바꿔읽는 책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웃을, 바꿔읽으며 거꾸로 바라봄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