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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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December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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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이 현대의 가난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돌연변이 가난은 계속 퍼져 나간다. 개인의 재능과 공동체의 풍요, 그리고 환경 자원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대의 특이한 무능이 우리 삶을 속속들이 감염시킨다. 그리하여 전문가가 고안한 상품들이 문화적으로 형성된 사용가치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시장 밖에서 만족을 얻을 기회는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가난한 것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살면서 35층  고층건물에서 일하느라 두 발의 사용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 신종 가난을,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간에 벌어진 소비 격차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7쪽)
 
"오늘날 위기란 말은 의사, 외교관, 은행가, 온갖 사회 공학자가 모든 상황을 접수하고 사람들의 자유를 유보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가도 사람처럼 중환자 리스트에 오른다. '위기(crisis)'는 원래 그리스어로 '선택' 또는 '전환점'을 뜻했다. 하지만 현대의 모든 언어권에서 이 말은 '운전수, 이제 속도를 높이게'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이 '위기'에는 불길한 기운이 풍기지만 다룰 만한 위협이므로 돈과 인력, 관리 기법이 충동원된다." (21쪽)
 
"가격표가 붙지 않는 거래는 모조리 무시하는 산업사회는 인간이 적응할 수 없는 도시의 풍경을 만들었다. 매일매일 자신의 몸을 자동차와 전철에 가두고 자기 몸을 스스로 갉아먹지 않으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이 도시의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날마다 쏟아지는 물건과 명령이 내가 원치 않는 결과를 만들고, 그때마다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차별과 무기력, 절망의 골이 더 깊어지는 세계이다." (27쪽)
 
"그동안 사람들이 어려움에 맞서고, 놀고, 먹고,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기본 토대가 셀 수 없이 허물어졌다. 지난 십년간 소위 개발의 시대는 만주에서 몬테네그로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문화 양식을 차례로 허물만큼 위력적이었다. 개발의 시대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립적 양식으로 자신의 욕구를 대부분 충족하며 살았다. 개발이 쓸고 간 자리에는 도자기 대신 플라스틱이, 물 대신에 탄산음료가, 카모마일 대신에 신경 안정제가, 기타 대신에 음반이 들어섰다" (31쪽)
 
"상품이 어느 한계점을 지나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되면 사람은 무력해진다. 자기 손으로 농사를 지을 수도, 노래를 부를 수도, 집을 지을 힘도 없게 되는 무기력이다. 인간의 조건이 소수 부자만 누리는 사치스러운 특권이 된다." (33쪽)
 
"최근 들어 사람들 속에서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이들은 세계 어디서나 부당한 차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 차별 탓에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걸 결정하는 자신감을 빼앗겼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 때문에 또한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박탈에 분노하는 소수의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43쪽)
 
천천히 읽으며 밑줄을 긋고,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 물질의 풍요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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