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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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 
May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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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Lucila Godoy Alcayaga , Gabriela Mistral  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을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라 지은 것은 아마도 그녀가 남긴 말에 감동을 받은 글쓴이가 빌려온 것이 아닐까. 그 사실을 굳이 은밀하게 감추지도 않았다. 책표지의 오른쪽 날개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죄 중에 가장 심각한 죄는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생명의 원천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를 기다려주는 것이 많이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의 뼈가 형태를 갖추고 피가 만들어지고 감각이 발달하고 있다. "내일!"이라고 대답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이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다음세대를 염려한다면서 어느 순간 그런 염려의 마음이 도가 지나쳐 공포로 변한다. 그래서 맘껏 놀아야 할 유년기의 특권을 빼앗는다. 부모나 교사된 어른들이 무엇이든 빨리 습득하길 바라는 조바심에 이러기가 쉽다. 그래서 학교는 아이들이 무척 싫어하는 장소가 된지 오래다. 빨리 벗어나고픈 끔찍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하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아니면 때로는 너무 몰라서 세상과 적당히 타협한다. 소위 한국에서 평균적인 삶을 사는 학부모라면 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특히 크리스천 부모라면 더 불편해진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읽힌다면 당신은 분명 건강하고 행복한 자녀의 삶을 위해 준비된 자이거나 아니면 공감 무능력자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매일 놀이밥을 먹지 못하고 마음의 기아에 허덕이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글쓴이는, '아이들이 할 일은 노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오늘날 수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성과나 성공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진단한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성공에 대한 압박이 아이들의 유아기를 강력하게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때문에 글쓴이는 가장 먼저 아이에 대해 갖고 있는 비뚤어진 기대감부터 모두 내려놓으라 조언하며 시인 제인 타이슨 클레멘트가 노래한 시 한 편을 인용한다.
 
아이야, 내가 너를 가르쳐야 한다지만
결국에는 우리 모두
아이가 되어야지.
한 아버지의 아이들 말이야.
그때 나는 배운 걸 모두 잊을게.
어른의 세계와 방해만 되는 지식을 모두 잊을게.
그때는 네가 나를 가르쳐주겠니?
너의 생생한 경외심으로
내가 땅과 하늘을 보도록
도와주겠니?
 
이 책의 저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Johann Christoph Arnold는 브루더호프의 목사로 지난 40년 동안 많은 이들과 상담하며 갖게 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세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브루더호프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과 비폭력을 추구하는 기독교 공동체이다. 이곳에서는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하길 원하는 가족과 미혼자가 살고 있다. 그들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처럼 모든 것을 나누고 공동의 선을 위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시간과 능력과 힘을 보탠다.  더불어 살고, 더불어 일하고, 더불어 식탁을 나누며, 매일 함께 노래하고, 에배하고, 결정을 내리고, 기도하고, 축하한다. 공동체에서는 학력과 나이,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을 똑같이 귀하게 여긴다. 때문에 무척 스마트한 문명적 혜택을 멀리하는 곳으로 아이들이 미디어를 가까이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브루더호프의 아이들의 일상에는 여백이 참 많다. 지은이 또한 노자의 말을 인용해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빈 공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철학자 노자는 '항아리를 쓸모 있게 만드는 건 항아리를 빚는 진흙이 아니라 그 속에 생긴 공간'이라고 했다. 자극과 인내가 진흙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은 항아리 속 빈 공간이다. 혼자 몽상에 잠기거나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가능하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면, 아이에계는 안정감과 독립성, 하루의 리듬에 꼭 필요한 휴식이 생긴다. 아이들은 고요를 즐긴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외부 요인이 없을 때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것을 모두 잊고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한다. 불행히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고요함이 사치가 되어버려서 방해받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할 기회가 참으로 드물다.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다음세대를 위해 쓸 힘을 '내일을 대비하기 위한 두려움'에 소진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권하고 싶다. 매일 놀이밥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장 귀중한 시간은 오늘이며, 그런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고, 그런 '삶'이 모여 곧 당신의 형상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읽어보아 알 수 있다.
 
[글과 사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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