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알게 된 전 우루과이 대통령, 어느 날 EBS의 '지식채널'에서,
또 어떤 날에는 SBS '리더의 조건'을 통해 소개되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호세 무히카.
이제 곧 그에 관한 책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출판되었다.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라는 꽤 긴 이름을 가진 우루과이 작가가 6개월간 무히카대통령을 심층 인터뷰한 후 쓴 책이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대통령, 그를 소개할 때면 으례 빼놓지 않고 그 이름 앞에 관용어처럼
28년된 200만원 남짓한 소형차가 재산의 전부라든가 아니면,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130만원으로만 생활하는 대통령이라든가 혹은,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다
.
그런데 과연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일까.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 소유라는 잣대로 보면 가난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이 주는 여유"를 선택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요한 대통령이다.
하느님을, 내 이웃을 무엇보다 사랑해야 하는 기독교인이요, 장로이지만,
그 누구보다 물질적 가치를 쫓은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했던 이보다 훨씬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이런 대통령을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
책을 광고하기 위해 뽑아낸 카피처럼 이런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이런 무히카와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이웃이고 동포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아니면 나부터 이런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정작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청빈한 삶을 사는 사람을 보고 부러워 한다.
그렇다. 나는 늘 더 많이 가지면서,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무히카보다 더 많은 월급으로 생활하면서,
그보다 더 초라하고 가난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내 인생의 철학은 절제이다. 이것은 내핍과는 다르다.
나는 필요한만큼 소비하고 낭비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해 인색해져야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일에 써야 한다.
시간을 우리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자유롭고 싶다면 소비에 냉정해져야 한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풍요롭고, 하여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부터 좀 덜 쓰고 조금 더 가난해지고 조금만 더 허리를 굽혀야 하지 않을까.
그 누구가 아니라 나 자신부터.
[글과 사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