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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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바람순이~ 
July 9, 2013
풍순이1.jpg 
올 2월 구정 연휴 끝자락에 아버님의 고향 마성에서 네눈박이 진돗개 한마리를 분양해 왔다.
생후 50일 경의 강아지이니 시골 마당에서 여기저기 두루 다니며 놀던 녀석이었겠지만 데리고 오던 날도 부모랑 떨어질 것을 이미 짐작한 것인지 원래 성정이 그러한지, 주인 할아버지의 손길을 거부하고 열심히 도망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참고로, 딴 강아지들은 우리 가까이에 와서 신발 냄새도 맡고 도망가지도 않았더랬다.
암컷이라기엔 너무 활동적이라 말괄량이 기질을 가진 녀석이라 생각했다. 
 
한 겨울 눈도 많이 와 마당이 얼어붙어 있으니 일단 집안으로 들였다.
화장실 한 켠을 녀석의 영역으로 하고 여러 식구들이 돌아가며 들여다 보았다. 처음엔 낯선 환경과 사람들로 인해 북어를 푹 고아 밥이랑 주어도
잘 먹지않고 시무룩해 있던 녀석이, 몇 일 지나자 화장실 밖으로 나와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자기 영역 표시를 하려는지 거실에 떡하니 
오줌에다 똥까지...!!!
어쩔 수 없이 목 줄을 단단히 화장실 수건걸이 봉에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경계심이 강해 우리 식구들에게 제 곁을 쉽게 주지 않는 차도견(?)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집 아이들은 데려오기 전까지 강아지는 별로라더니만, 데려오는 그 날부터 풍순이의 마력에 푹빠져 큰애는 자기밥보다 풍순이 밥을 더 열심히 챙기는 상태에 이르렀다.
 
봄이 오고, 답답한 실내가 아닌 마당 자기집으로 거처를 옮기니 집에서 나던 냄새도 줄고(개 냄새 굉장하다!) 서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훨씬 편안해졌다.
난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워낙 겁이 많아 어린 녀석이라도 으르렁거리면 무섭곤 했다.
아직 서열 인식이 안되어서인지 작은 이빨로라도 깨물려하고 사람의 손길을 피했으며, 목줄을 잡아당겨 제 입과 발이 닿는 거의 모든
땅을 두더지처럼 파댔다.
게다가 풀은 얼마나 잘 뽑는지... 말만 잘 듣는다면 농사지을 때 농기구 필요없이 해결해 줄 정도의 실력인것 같았다.
한데, 참 이상하게, 몸이 점점 커지고 귀도 서고 짖는 소리까지 우렁차게 나는데, 난 얘가 전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하다못해 장난으로 살살 물긴 해도 뾰족한 이빨이 숨겨져 있는 주둥이도 내 손으로 쥐고 흔들기까지 한다.
 
몇 일 전이었다.
비가 오길래 평상시처럼 간식을 손에 놓고 조금씩 주지 않고 뭉텅 한개(양고기 붙은 비스켓)를 다 제 집에 던져 주었다.
그래야 비를 덜 맞고 집안에서 오물거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한데 그게 하필이면 구석자리 홈 같은 데에 콕 박혀 얘가 아무리 혀로 햝고 발로 꺼내려해도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도와줄 요량으로 '이리 나와봐' 하면서 막대를 제 집으로 넣으려는 순간, 깜짝 놀랐다.
눈빛이 이글거리며 으르렁 대는 것이 아닌가!
이런, 간식을 준 주인보다 간식이 더 소중하구나 싶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그래서 막대를 땅에 대고 쾅쾅 치며 혼을 냈다.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였다.
 
기가 막혀 집으로 들어오는데, 풍순이에게서 나 자신이 보였다.
 
하나님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에 더 눈독들이고, 좀 더 나은 나를 빚어가시기 위해 주신 것을 거두시거나 다른 변화가 일어나게
하실 때 난 풍순이처럼 하나님께 그랬다.
으르렁대며,... 내 것이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두시라고,...
정말 못되게 굴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은혜도 모르고 주인도 못 알아보는 개는 밉다며 오늘 하루는 저 녀석을 쳐다보지도 않겠노라 단언하던 내가 창 밖으로 녀석을 보고 있게 된 것이 말이다.
아마 하나님도 그러시겠지 하며 피식 웃었다.
나는 개바보(어감이 좀 이상하다. 하지만 명확한 표현을 위해), 하나님은 딸바보!
예수님도 이 세상을 얼마나 바보처럼 살다 가셨나 보자.
3년 비가오나 눈이오나(?) 델꼬 다니면서 거둬 먹이고 함께 누워 자며, 가르치고 자신의 전 존재를 나누셨던 그분은 12명의 제자 중 한명,똘똘한 제자의 철저한 배신으로 은 30냥에 팔리셨다.
그리고, 죽음의 자리에 나아가기까지 곁을 지킨 제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내가 뭘 한거지?' 이런 생각이 드시지 않으셨을까? 하다못해 하나님께도 버림받는 고통까지 감수하셔야 했으니......
 
세상을 살다보니 뜻하지 않은 어려움, 고통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 이상을 아시는 분이시기에 그 분 앞에 나아가 위로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줘도 그 분은 알아주신다.
 
난 풍순이에게 좋은 주인은 못된다. 너그럽지 않고, 훈련을 시키는 요령도 없다.
다만 그 녀석이 예쁘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난 좋은 딸, 어진 아내, 현명한 어미도 아니다. 다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나를 움직일 때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많이 모자라서,...
하나님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
 
오늘도 풍순이를 보며,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임마누엘 그 분을...
 
[글,나무 / 사진,물결과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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