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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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문을 보며 아으 다롱디리 
September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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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가위인 2015년 9월 27일 밤에 중국 렌윈강에 떠오른 보름달을 아둘람공동체에서 찍어 보내온 사진임 


올해 추석은 남다르네요. 일단 보름달과 월식이 한날 있을거랍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낮에는 월식을 밤에는 보름달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에서는 월식 구경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좀 아쉽긴 합니다. 그렇지만 1년에 거의 한 번 정도만 볼 수 있다는 '슈퍼문'이 뜨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지구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떠오르는 슈퍼문이라 평소보다 훨씬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크기뿐만 아니라 밝기도 밝아 달밤에 체조 이외에도 신문의 큰 글씨도 읽을 수 있을 정도랍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보름에는 평소보다 달의 인력이 최대 15%나 커지는데 올해처럼 달이 지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접근할 경우 그 인력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평소보다 더 큰 파도가 칠 수 있기에 바닷가를 거닐 때엔 조심해야 하겠죠. 

유난히 큰 초 슈퍼문이 뜨는 올 추석에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각자 지닌 더 각별한 소원을 기도하겠지요. 애니이즘(Animism)이라고 하나요. 모든 사물을 정령이 깃들어 있는 생명체로 보고 숭배하는 신앙말입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 특히 어머니들은 무슨 소원이 있을 때마다 뒤뜰 장독대에 정한수 한사발을 올려놓고 달에게 소원을 빌었지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몇 안되는 고대시가 중 유일한 백제의 노래에서도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귀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귀야 즌 대랄 드디욜세랴
어귀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귀야 내 가논 대 졈그랄셰라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노래 중에 가장 오래된 <정읍사(井邑詞)> 입니다. 아마 행상을 나간 남편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이에 근심이 쌓인 아내가 달을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해를 입지 않도록, 달아 높아 솟아서 밝게 비쳐다오."라고 간절하게 노래한게 아닐까 합니다. 참 애틋하지요. 남편이 해를 입었는지 아니면 행상 나가서 번 돈으로 어디 유흥가에서 노느라 늦게 오는지도 모르는데 남편의 늦은 밤 귀갓길을 걱정하며 노래합니다. 어쩌면 달을 보며 간절히 빌던 이런 마음이 여늬 어머니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가 그런 정령신앙을 추종하거나 두둔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쌓여왔던 어떤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기복신앙적 전통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를 부흥하게도 했지만 이런 관습이 오히려 복만 좇아가는 기형적인 신앙관과 이단적인 교회와 목회자를 양산케 하는 부정적인 면 또한 무시할 수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을 앞두고 슈퍼문을 굳이 언급한 것은, 자연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가까이 가면 갈수록 밝고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큰 파도가 몰려오듯 나의 삶에 큰 어려움이 닥쳐올 때 이를 겁내거나 피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그분의 인력引力에 나를 온전히 내어맡기는 것은 어떨까요. 거기에 더해 세상살이가 갈수록 더 팍팍해지는 요즘, 그래서 자살자도 많고 묻지마 폭행도 많은 요즘, 지구마을 어딘선가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그래서 계속 난민이 목숨걸고 탈출하는 요즘, 어쩌면 정갈한 물 한 사발 떠 놓고 소원을 빌던 때가 그래도 사람살기는 더 좋지 않았을까 그리워할법도 한 요즘, 가까워진만큼이나 엄청나게 큰 슈퍼문을 바라보며 각자 지닌 각별한 소원을 말하되 나보다 더 어렵고 가난하며 고난받는 이웃을 위한 기도를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그 현장을 찾아가 따뜻한 송편 하나를 나누며 함께 노래하는 것은 또 어떨까요. 아으 다롱디리.

[바람의 글, 중국아둘람공동체 양효목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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